네이버 ‘열린연단’ 공개강연

김흥수 목원대학교 명예교수

극우 개신교 증가세 주목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저와 함께 청와대에 들어가서 청와대 경호원들의 실탄을 받아서 순교하실 분들, 목숨을 내놓으실 분들을 찾는다. 피 흘림이 없이 무슨 혁명이 되겠냐. 제가 1호로 죽겠다. 청와대에 진입해 목숨을 내놓으실 분 10명도 20명도 좋다” -전광훈 목사,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지난 2019년 10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총괄대표 전광훈 목사) 주최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대회’ 현장. 수만의 인파 속에서 각목을 든 이른바 ‘순국 결사대’가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검은 옷과 흰 머리띠를 두른 순국 결사대가 각목을 흔들며 “청와대를 접수하겠다”며 경찰 저지선 돌파를 시도했고, 순식간에 사람들이 밀리며 현장은 금세 아수라장이 됐다. 급기야 “문재인 하야를 위해 순교하겠다”며 몸에 휘발유를 뿌린 신도까지 나타났다. “문재인 탄핵”을 외치며 각목과 휘발유까지 동원된 폭력적 집회 중심에 서 있는 건 뜻밖에도 ‘목회자’였다.

“성경 사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인격과 성격, 성향 특히나 마태복음에서 눈여겨봐왔던 온유함이라는 덕목을 굉장히 고결하고 아름답고 숭고한 덕이라고 생각한다. 예수님의 인격에서 드러난 온유함이 갈등과 분란으로 가득 찬 이 현실 세계에 조정과 타협과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덕목일 수 있을 텐데 교회를 인도한다는 분들이 수많은 교인을 동원해서 그렇게 극단적인 과격성으로 혐오감을 불어넣는 태도가 과연 예수님의 성격 온유함이 기록돼 있는 복음서에 부합하는 행위인지….”

고려대학교 이승환 명예교수는 최근 네이버 열린연단에서 ‘자유와 이성’을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오늘날 신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과격 폭력이 일부 교계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오늘날 극단적으로 분열되고 갈등하는 한국 사회 중심에 한국교회가 있다는 학자들의 지적이 나왔다. 특히 반공주의를 표방하는 극우 개신교계의 행태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다. 전문가들은 교회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온유함 등 성경적 덕목을 회복해야 한다고 권했다.

이날 ‘한국에서 근대적 자유와 기독교’를 주제로 강연한 김흥수 목원대 명예교수(신학과)는 “최근 반공적 개신교계에서 극우파가 형성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이것이 극렬하게 발전하면 미국 국회의사당에 공화당원이 난입했던 사건과 같은 일이 한국사회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보수 교회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해 온 국내 개신교 보수 연합기관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 계열에서 다양한 단체들로 구성된 기독교 극우 세력이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한기총은 월남한 목회자들의 상징적 인물인 한경직 목사와 교회 원로들의 모임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통일 운동을 벌였던 진보 성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활동을 우려한 한경직 목사에 의해 1989년 창립했다.

이후 한기총은 2003년부터 서울 한복판에서 단독 또는 보수 단체들과 연대해 수만 수십만명의 개신교 신자들이 참여한 대규모 정치적 집회를 개최하는 등 한국 보수 교회의 대표로 떠올랐다.

노무현·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과 우호적인 대화를 시작하자, 친미 반공 노선에 선 한기총은 길거리에 나서 반정부를 외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나라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는 데 어떻게 정치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냐며 ‘종교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정교분리론을 뒤집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김 교수는 “보수 개신교의 자유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를 세우려면 공산주의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면서 “한국 개신교는 대체로 반공 노선에 서 있고 반공적 자유민주주의 요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애 허용 문제 등이 공론화되면서 보수 개신교계에서 극우파가 급속도로 형성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극우 개신교 단체들을 언급하면 금방 공격이 들어온다. 언급하기도 굉장히 조심스럽다”면서 “자신과 성서적 해석이나 신학적 해석이 다르거나 또는 정치적 해석이 다른 입장을 허용하지 않고 내 것만 옳다고 주장하는 행동들이 벌써 위협적이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생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한국교회가 현재와 같은 폭력성을  보인 경우는 6.25전쟁 당시 인민군과의 관계 이후로 이렇게 심한 적이 없었다”며 “교계 내에서도 무례한 개신교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개신교가 무례해지고, 거칠어지고 폭력적이 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 내 극우적 그룹이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와 교인들이 개신교가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 시민사회와 어떻게 대화를 해 나갈 것인지 많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박명림 교수 연세대 대학원 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개신교의 중심 가치와는 상당히 멀어지고 중병이 든 상태라고 보여진다”며 “사회에 극단적 충돌이 있을 때 중간에서 형평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한국사회에도 건강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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