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죄악시해오던 전통 깬 프란치스코
보수 가톨릭계 비판과 반대에 부딪힐 듯

[로마=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6일(현지시간) 산타마르타 자택에서 삼종기도를 실시간 영상으로 집전했다. 교황은 이날 대형스크린을 ㅌ오해 자신이 폐렴을 앓고 있지만 오는 12월1일 12월1일부터 사흘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는 예정대로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3.11.27.
[로마=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6일(현지시간) 산타마르타 자택에서 삼종기도를 실시간 영상으로 집전했다. 교황은 이날 대형스크린을 ㅌ오해 자신이 폐렴을 앓고 있지만 오는 12월1일 12월1일부터 사흘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는 예정대로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3.11.27.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세계 기독교계가 ‘성 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동성애자)’ 이슈로 뜨겁다. 미국 전역의 수천개 교회는 성 소수자를 수용할 수 없다며 교단을 떠나고 있고, 국내에서는 성 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한 목사에게 출교를 선고했다. 이러한 가운데 가톨릭교회의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 가톨릭 사제들의 동성 커플들에 대한 축복을 공식 승인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결정은 보수 가톨릭계의 비판과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독교의 교리를 감독하는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18일(현지시간) 교리선언문에서 동성 커플이 원한다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에 대해 축복을 집전해도 된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동성애를 죄악시해온 가톨릭교회의 전통과는 다른 역사적 결정을 내린 셈이다. 다만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은 교회의 정규 의식이나 미사 중에 집전해선 안 되고, 혼인성사와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축복이 곧 인정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결혼에 대한 전통적 교리 수정한 건 아냐”

교황청은 2021년 2월 ‘동성 결합은 이성 간 결혼만을 인정하는 교회의 교리를 훼손하는 탓에 축복할 수 없다’는 교리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선언문에선 이를 대체했다.

신앙교리성은 “(동성) 축복이 모든 규정에 어긋난 상황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느님이 모든 이를 환영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사제는 축복을 받아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려는 모든 상황에 처한 이에게 교회가 다가가는 것을 방해하거나 막아선 안 된다”며 “궁극적으로 축복은 신앙을 키우는 수단을 제공하는 일이므로 양육돼야 하지, 저해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선언문을 발표한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신앙교리성 장관(추기경)은 “축복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넓힌 것은 진정한 발전이자 축복의 목회적 의미에 대한 명확하고 획기적인 기여”라면서도 “이번 선언이 (이성 간) 혼인성사와 혼동될 수 있는 예배의식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 교리를 수정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결혼에 대한 교회의 오랜 가르침을 변경하거나 축복의 지위를 입증하지 않고도 ‘비정규적 상황’에 있는 커플과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의 가능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언이 이런 맥락에 정확히 들어 맞는다”고 설명했다.

교리선언문도 “(동성 커플) 축복의 형식이 혼인성사의 정식 축복과 혼동을 유발하지 말도록 교회가 이를 의식으로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성애 배척 않는 방안 마련 노력한 프란치스코

가톨릭은 그동안 전통적으로 이성 간 결합만을 인정해왔는데, 교회 안팎에서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선출된 이후 성 소수자를 배척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향적인 발언을 해왔고, 이와 관련한 연구와 노력도 이어왔다.

당시 보수 성향의 추기경들이 ‘동성 결합 축복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일치하는지’ 등 질문을 담은 서한을 보내자, 교황은 일단 ‘결혼은 이성 간의 결합에 한한다’는 점을 명시하면서 “(교회는) 결혼이 아닌 것을 결혼으로 인정하도록 암시하는 의식은 피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사제들이 부정, 거부, 배제만을 일삼는 판관이 될 수는 없다”며 “1명 이상이 요청한 결혼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전달하지 않는 축복의 형태가 있는지 판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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