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정 총무, 사임서 제출
“차별금지법 동성애 문제로
갈등과 분열 책임 통감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 ⓒ천지일보DB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 ⓒ천지일보DB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국내 개신교 연합기관으로는 가장 오래됐으며 진보 교계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찬성했다는 이유로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핵심 교단의 탈퇴 움직임이 일고 있는가 하면 총무가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21일 NCCK 등에 따르면 NCCK 총무 이홍정 목사는 지난 19일 오는 4월 20일 열리는 실행위원회를 마지막으로 물러나겠다며 사임 의사가 담긴 탄원서를 감리교단에 전달했다. 

이 목사는 탄원서에서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문제로 인해 NCCK 내부에 야기된 극심한 갈등과 분열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전적인 책임을 지고 실행위를 마지막으로 총무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NCCK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애 옹호 문제로 보수 개신교 등으로부터 거센 비난과 항의를 받아왔다. 

지난 2020년 4월 21대 총선 이후 “차별금지법은 인권선진국으로 나아가는 필수 요건”이라는 내용의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성명을 발표해 강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NCCK 측은 당시 논평을 내고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처벌하기 위해 필요한 법이라기 보다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차별인지를 밝히는 기준이며 그 차별이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선언하는 의미가 더 크다”며 정당성을 설명했다.  

이러한 NCCK 행보에 회원 교단 내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컸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는 NCCK 내 대형 교단으로 손꼽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에서 탈퇴 움직임이 일었다. 

실제로 감리회 기관지 ‘웨슬리안타임즈’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일간 교단 목회자 및 평신도 4500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목회자는 60.3%, 평신도는 70.7%가 ‘당장 탈퇴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자는 10명 중 6명이, 평신도는 10명 중 7명이 NCCK를 탈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탈퇴를 반대하는 응답은 목회자 39.7%, 평신도 29.3%에 불과했다. 

또 같은 해 기감 총회에는 NCCK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는 등 반성경적이고 종교다원주의적이며 친북적이라며 탈퇴 건의안이 올라오기도 했다.

기감은 ‘NCCK 대책연구위원회’를 구성, 차별금지법 제정 등에 관해 NCCK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예장통합 역시 차별금지법에 대한 NCCK의 입장을 묻고 차별금지법 옹호 성명으로 혼란을 줬다며 NCCK 인권센터의 명칭 변경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차별금지법 성명 등 항의와 회원 교단 내에서 탈퇴 여론이 격렬해지자 이 총무는 수차례 “NCCK는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실행위원회나 정기총회 명의의 성명을 발표한 적이 없다”고 해명에 나섰다. 

지난 1월 실행위에서는 기감과 예장통합 교단과의 소통을 위한 대화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총무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획일된 입장을 강제하거나 주장을 성명을 발표하지 않고 회원교단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 지 않았다. 

이 총무는 이번 사임 의사를 밝히며 “그동안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문제에 대한 진정 어린 신앙적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보다 발전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기 위한 공론화의 과정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무차별적 선전선동을 동반한 가짜 뉴스와 반대를 위해 의도된 과잉 해석과 특정 집단의 정치적 입장들이 ‘탈진실의 시대’를 이끌며 본질을 왜곡시킨 채 한국교회와 사회를 분열로 몰아가는데 대해서도 책임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4년 창립 100주년 역사를 향해 가는 NCCK와 한국교회연합운동의 향방을 가르게 될 이 의제를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더 깊은 협의회적 숙고의 과정을 통해 논의하심으로 갈등과 분열을 넘어 화해와 일치로 전환하는 복음의 새 역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후폭풍을 지켜보는 교계의 속내는 편치만은 않다. NCCK를 한국교회의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고 있는 목회자가 적지 않은 데다 NCCK 탈퇴 문제를 두고 교단 분열 조짐이 흐르면서 우려스러운 분위기가 흐른다. 

특히 기감은 NCCK 태동기부터 함께 한 교단이다. 교계 일각에서는 기감이 NCCK를 탈퇴하면 세계교회협의회(WCC) 탈퇴 여부까지 함께 결정되면서 NCCK와 WCC 잔류를 희망하는 교회들이 이탈해 새로운 교단을 만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WCC는 세계 모든 교회의 통일을 지향하는 초교파적 교회 협의체다. 

한편 NCCK는 1924년 창설된 교회연합기구로 모태는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다. 현재 NCCK에는 예장통합과 기감 등 9개 교단이 가입돼 있다. CBS와 대한기독교서회,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등도 사실상 NCCK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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