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정부는 지난 18일 복지부 주관으로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 등에서 9월 말부터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은 정부와 의사협회가 지난 3월 공동으로 실시하기로 합의한 사항이었으나 의사협회의 새 집행부가 반대로 돌아서면서 시범사업이 계속 지연되자 복지부가 단독으로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이달 말부터 9개 시군구의 의원 6개소, 보건소 5개소와 교정시설 2개소의 참여하에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대상 환자 규모는 약 1200여 명이며 시범사업 참여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오던 환자 중 본인 동의를 거쳐 모집할 예정이다. 참여 의료기관에는 원격모니터링 시스템과 화상상담 등 통신기능을 탑재한 노트북과 현장 원격의료 수행인력 등이 지원되고 일정액의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환자에게는 혈압계(고혈압), 혈당계(당뇨), 활동량 측정계(공통) 등 필요 장비가 지급된다.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활용이 가능한 환자에게는 스마트폰 앱도 개발해 지원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은 임상전문가, 통계 등 방법론전문가, IT전문가 등으로 10인 내외의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정보보안 등 기기적 안정성, 재이용률, 건강상태 악화 등 임상적 안정성, 목표혈압 도달률, 당화 혈색소 변화량 등 임상적 유효성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원격 모니터링의 경우 9월 말부터 시행하며 의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진료를 받아오던 고혈압,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환자가 혈압·혈당 등을 자가 측정하여 이메일·스마트폰 앱 등을 활용해 의료기관에 전송하면 의사는 PC나 스마트폰으로 원격 모니터링이나 원격상담을 한다. 원격처방이 필요한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토록 요청한다. 원격진료는 도서벽지의 보건소나 교정시설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경증 질환자 중 원격진료가 가능한 자를 대상으로 환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의사가 판단해 원격진료를 실시하고 환자 처방전을 발행한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해 의·치·한·약(醫齒漢藥) 등 보건의료 단체는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맹비난하고 있다. 공동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국민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는 정책들을 사회적 합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또한 원격의료도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키고 의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원격의료로 인해 동네 병원과 지방 병원이 고사하고 국가 의료체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정보통신 기술(IT)이 발전하면서 병원에 접근하기 어려운 섬·산간벽지 주민이나 거동이 힘든 장애인, 노인들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이미 미국은 1997년부터, 호주는 2011년부터 원격진료를 허용했으며 점차 많은 국가들이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이다. 많은 국민들은 우리나라 의료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고 있는데 의료와 IT가 융합된 원격의료는 우리나라 의료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고 해외진출도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또한 IT 최강국인 대한민국이 도입하면 국내 의료기기업체와 IT업체들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술진보에 의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 기득권층은 기득권 보호를 위해 도입을 반대해왔고 이것 때문에 그 분야의 후퇴나 진보의 정체 상태를 초래했고 그 피해는 국민의 몫으로 돌아갔다. 보건의료 관련 단체가 제 밥그릇을 챙기는 기득권 보호를 위해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이나 원격의료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는 동일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의료단체가 주장하는 원격의료의 부작용은 오히려 시범사업을 통해서 검증하고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의료 서비스를 공급하는 보건·의료단체에 대해 더 진지하게 설득해서 이들의 이해를 구하고 의료 서비스의 수혜자인 국민 특히, 원격의료 수혜자인 도서·벽지의 주민이나 장애인·노인 등을 대상으로 제도 도입의 취지와 내용·효과 등을 홍보해서 이들의 지지를 얻어야 할 것이다. 보건의료 단체 등도 집단 이기주의에서 탈피해서 환자의 편의와 의료산업 발전을 우선 생각하고 새로운 제도 도입 시 예상되는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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