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우리나라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은 빠른 성장과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자랑한다. 그에 비해 금융 결제 시스템은 불편하고 복잡한 편이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핀테크(FinTech)도 국내 금융관련 각종 규제에 묶여 IT강국이라는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란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송금, 개인자산 관리, 클라우디 펀딩 등 금융과 IT 융복합형 산업을 말한다. 현재 선진국은 물론 중국도 세계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이 매우 활발해 영국과 중국 정부는 IT업체의 금융업 진출을 적극 허용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핀테크 기업의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전문 인큐베이터와 엑셀데이터를 성립해서 초기 투자, 행정, 법률 자문, 투자자 유치 등을 해결해 준다. 민간 기업의 경쟁도 치열해 미국의 구글과 애플도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다. 구글은 2011년 모바일 전자 지갑 서비스 ‘구글 월렛’을 출시하고 지난해에는 이메일 기반의 송금 서비스를 개시했다. 애플은 최근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지원하는 전자결제서비스 ‘애플 페이’를 발표했다.

최근 미국의 페이팔(Paypal)과 중국의 알리페이(Alipay)는 간편결제시스템으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페이팔은 세계 최대 쇼핑몰인 이베이(Ebay)에 속한 결제서비스로 지난해 가입자 수가 1억 4800만 명, 거래규모는 약 180조 원을 기록했다. 페이팔의 결제시스템은 한번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 놓으면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가능하다. 알리페이는 중국 최대의 쇼핑몰인 타오바오를 기반으로 결제서비스를 하며 지난해 가입자 수 8억 명, 거래대금은 450조 원에 달했다. 알리페이는 온라인 결제는 물론 모바일 앱을 통해 교통요금, 공공요금, 오프라인 쇼핑 등 거의 모든 결제를 지원한다.

우리나라 금융사업자는 금융업법, 여신전문업법 등 다양한 규제를 받는다. 금융과 IT가 융합한 핀테크에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IT와 결합한 금융 모델을 개발해도 금융 산업에 참여하기가 어렵다. 다행히도 최근 정부는 ‘천송이 코트’로 야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결제 시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를 폐지했고 소비자 편의는 높이면서 정보 보안 등 소비자도 보호하는 양방향 금융 제도 개선과 IT와 융합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금융기관과 IT업계가 참여하는 IT·금융 융합 민간 협력체를 구성,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민간 기업에서도 카카오톡은 지난달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카카오 페이를 시작했고, 라인은 일본에서 금년 내 라인 페이를 시작하기로 했다. 정부와 민간 기업의 핀테크에 대한 관심과 활동은 늦으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핀테크는 한때 유행처럼 지나갈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향후 글로벌 금융 산업의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큰 변혁의 물결이다. 2000년대 초 정보통신산업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기에 발 빠르게 대처한 삼성전자가 글로벌 IT 최고 기업 반열에 올랐던 예가 있다. 수십 년간 제자리걸음을 해온 우리 금융산업도 금융과 IT의 융·복합화로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걱정하는 투자자 보호문제는 정보보안 등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되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로 전환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신규 진입을 저해하는 금융관련 각종 법률과 제도는 너무 늦지 않게 고치고 산업 육성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해야 한다. 새로 구성되는 ‘IT·금융 융합 민간 협력체’가 정부의 들러리가 아닌 진정한 변화와 혁신의 의지로 우리나라 핀테크가 활성화되고 금융산업이 선진화하는 데 큰 역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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