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경북 칠곡에서 일어난 현대판 장화홍련, 일명 ‘칠곡계모사건’의 전말이 드러나자 국민들은 계모 임모(35) 씨를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며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대구지검이 임 씨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국민의 법감정에 맞서고 있다.
◆ 檢 “공소장 변경 없다”
지난 7일 대구지검은 결심공판에서 의붓딸 A(8)양을 폭행한 뒤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된 임모(35) 씨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 20년을, 친부 김모(38) 씨에게는 아동학대를 방치한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여론이 들끓고 있음에도 대구지검은 8일 ‘상해치사’와 관련해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못 박았다. 변론 재개 등도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숨진 A양이 폭행을 당한 뒤 복막염이 생겼고 복막염이 악화돼 소장에 구멍이 생겨 이틀 뒤에 숨진 만큼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여러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A양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이 아니라 범행 당일 낮에 몇 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걸쳐 A양의 배를 밟았고, 다시 몇 시간이 흐른 뒤 주먹으로 배를 때린 것으로 확인돼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성인이 8살 아이의 배를 10차례 발로 밟고, 몇 시간 뒤 주먹으로 15차례 다시 때리면 누구나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으므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울산계모’는 살인죄 적용했는데
국민들은 ‘칠곡계모사건’과 비슷한 사건으로 ‘울산계모’를 꼽으며 상해치사 기소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울산계모는 2013년 10월 24일 소풍을 가고 싶다는 아이를 폭행해 24개의 갈비뼈 중 16개를 부러뜨려 폐를 손상케 해 죽게 했다. 계모는 멍자국을 빼기 위해 물을 받아 놓은 욕조에 아이를 넣어 놓고 구조대에 신고하다가 결국 범행이 들켰다. 검찰은 울산계모를 살인죄로 기소해 사형을 구형했다.
울산과 칠곡계모사건 기소장에 대한 1심선고는 각각 오는 11일에 열린다. 특히 이번 선고에서 칠곡계모의 구형이 더 감해질 수도 있어 국민들의 비난은 거세다. 살인죄를 적용하기 위해선 1심판결 후 항소심 재판이 진행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반면 계모 임 씨는 여전히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며, 취재진의 접근도 마다하고 있다.
◆인면수심 계모 밑에서 꼭두각시 된 의붓딸들
2012년 5월부터 의붓딸 동생 A양과 언니 B(12)양이 계모와 같이 살게 됐다. 그때부터 1년간 상습 폭행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지난해 8월 A양이 장파열로 사망했다. B양은 “인형을 뺏기기 싫어서 동생을 발로 차 죽게 했다”고 진술했다.
사망한 A양의 시신 상태는 안구 및 안와조직의 타박상, 양팔과 다리 전후면에 있는 다양한 단계의 출혈반응, 두부혈종과 압동 등의 흉터가 가득해 일반적인 아이들 싸움으로 보긴 어려웠지만 B양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소년법원에 넘겨진 B양은 올해 양육시설로 거처를 옮기자 진술을 번복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인단에 따르면, B양은 사망한 A양의 사인 배후에는 계모와 친부가 있었고, 거짓 진술을 하도록 조장 당했다. B양은 같이 사는 계모와 친부의 보복이 두려워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친아버지가 동생의 죽어가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줬다는 충격적인 고백도 털어놨다. B양 자신도 가혹행위를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B양은 “아줌마(계모)가 날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그런데 아빠한테 내가 발로 차서 고장났다고 하고 나는 너무 괴롭다” “판사님 (계모를) 사형시켜주세요. 그 아줌마가 없어졌으며 좋겠어요. 부탁드린다”는 탄원서를 썼다. B양 고모가 이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이밖에 임 씨는 의붓딸들에게 아파트 계단에서 밀거나, 밤새도록 손 들고 벌 세우기, 청양고추 먹이기, 목 조르기 등 폭행과 가혹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칠곡계모사건의 폭행과 관련해 사회제도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B양은 2012년 10월 부모의 폭력에 시달린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부모의 말만 믿고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B양 담임교사도 아동보호기관에 가정 폭력이 의심된다고 신고했지만 법적인 효력이 없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잇단 계모 관련 사건과 함께 최근 칠곡계모사건을 계기로 유명무실한 ‘아동보호시설’ 실상이 드러나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함이 새롭게 조명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