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괴>는 ‘옴진리교 사건’이나 일명 ‘사카키바라 사건’이라 불리는 실제 범죄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충격적인 소재와 스릴러적 요소를 담아 저자의 작품세계에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지금 이 순간 사회에 호소하고 싶은 주제를 써보고 싶었다는 저자는 범죄로 인해 벌어지는 개인 혹은 사회의 분열과 파국을 심도 있게 담아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결괴>의 인물들과 상황들을 보자면 언제 꺼질지 모르는 싱크홀과 같이 느껴진다. 마치 제목과 같은 ‘결괴’의 상태랄까. 댐이나 제방 등이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다가 결국 한계를 넘어 한꺼번에 무너지는 현상 ‘결괴’.
이야기는 지방도시에서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회사원 사와노 료스케가 출장지에서 갑자기 실종되면서 시작된다. 그런 그가 의문의 범행성명문과 함께 토막사체로 발견되고 그의 형인 다카시는 동생을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이유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일순간에 무너진 일상과 가정 앞에서 더욱 깊은 절망에 빠지는 다카시. 뒤이어 비슷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범죄의 파문은 사회 전체로 번져간다. 그리고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또 다른 악마적인 계획이 남몰래 진행된다.
소설 속 등장하는 료스케와 다카시는 겉으로는 의좋은 형제로 보여 진다. 그러나 동생 료스케는 형 다카시에게 묘한 열등감을 늘 느끼고 있다. 형 다카시 역시 겉으로는 엘리트에 이성 문제나 돈에 있어선 고민이 없는 꽤 괜찮은 생활을 하는 듯 해 보인다.
그러나 사실 다카시는 하루하루를 겨우 견디며 살고 있다. 외줄 위에서 위태롭게 휘청거리는 그에게 ‘어떤 일’인가 일어나버리면 그 순간 모든 것이 결괴하고 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거울이 되어 현 시대의 위태로움과, 그럼에도 이 시대를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현대인의 애환과 고독을 비추고 있다.
소설 앞부분에서 저자 히라노 게이치로는 심연에 이를 때까지, 거기서 뭔가 끔찍한 것이 툭 튀어나올 때까지 평범한 인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우리 모두의 마음에는 짐처럼 ‘왜일까?’라는 의문만 던져진다.
<결괴>는 이 의문의 해답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을 통해 이 시대 악의 반대는 선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통찰을 이끌어 낸다.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 문학동네 펴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