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 “전쟁 해결하려는 건지 무기 팔려는 건지 의심돼”
지난 4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미국의 군사작전을 승인하는 결의안을 가결한 가운데 세계 종교계가 전쟁종식과 평화를 촉구하는 행보에 나섰다.
8일(현지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은 상업적 전쟁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바티칸시 성 베드로 광장에서 삼종기도를 집전하며 “전쟁이 진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무기를 팔려는 것인지 늘 의심이 든다”며 미국의 군사개입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불법 거래로 무기를 팔아먹기 위한 상업적인 전쟁에 대해서는 함께 뭉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악에 맞서 싸우는 것은 모든 종류의 폭력을 거부하는 것이며 무기 확산과 불법 무기 거래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파괴는 즉각 중단돼야 하며 우리는 이 분쟁의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 종교인, 시리아 평화 위해 ‘기도’
전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리아의 평화를 위해 전 세계 금식 및 기도의 날을 선언했다. 바티칸 당국에 따르면 이날 바티칸시와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미사와 철야기도회에는 약 10만 명의 신도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이탈리아는 물론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호주 등에서 온 가톨릭 신자 및 무슬림 등 다양한 종교인이 참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쟁은 인류를 파괴하고 실패한 평화로 기록될 뿐”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시리아 무력 개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리아와 중동 및 분쟁을 겪고 있는 모든 지역에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회를 열자고 제안해 시리아 무슬림 지도자들과 수니파 지도자들도 다마스쿠스 이슬람성당에 모여 기도회를 열었다. 동방정교회의 정신적인 지주인 콘스탄티노플의 바르톨로뮤 대주교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기도를 지지했다. 바그다드, 예루살렘, 부에노스아이레스, 워싱턴 등에서도 유사한 기도회가 진행됐다.
국내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에 따라 각 교구와 본당, 수도회에서 기도회를 진행했다. 서울대교구 염수정 대주교는 8일 12시에 명동성당에서 시리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개신교계 “군사개입보단 협상으로 해결해야”
세계 개신교계는 미국의 군사개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오는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총회 준비에 한창인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평화와 정의를 촉구하는 서한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발송했다. 올라프 픽세 트베이트 WCC총무는 공개서한을 통해 “화학무기를 사용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야 하지만 다국적군이 시리아를 공격하는 것은 결국 반군과 정부군 간에 극심한 폭력을 야기할 것이고 동시에 시리아인들이 엄청난 고통에 빠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아울러 “지금은 시리아와 중동에 있는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바로 평화”라며 “협상을 통한 정치적인 해법이 정의와 평화를 불러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전미복음주의협의회(NAE)가 소속 교단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의 군사개입 허가를 묻는 물음에 긍정적으로 대답한 목회자가 37.5%에 그쳤다. NAE에는 약 40개 교단 4만 5천여 교회가 소속돼 있다.
미국 최대 개신교단인 남침례회에서는 윤리와종교자유위원장 러셀 무어 목사가 미국의 시리아 공격을 지지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