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신학생들과 함께 한센인들을 위해 40년 가까이 인술을 베풀어온 치과의사 강대건(82, 세례명: 라우렌시오) 씨에게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the Cross Pro Ecclesia et Pontifice)’을 수여한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착좌한 후 한국 평신도에게 십자가 훈장을 수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훈장 증서를 통해 “존엄한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의 표지로 탁월한 업적과 학덕으로 두드러진 이들, 무엇보다 강대건 라우렌시오 형제에게 이 훈장을 줄 것을 공포한다” 고 밝혔다.
강 씨는 33년 동안 봉사에 헌신하면서도 주위에 자신의 선행을 알리지 않아, 최근 이어진 감사패 수상소식을 통해서야 뒤늦게 그의 선행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1979년부터 포천 농축단지, 안양 라자로 마을, 대구 가톨릭피부과의원, 전라도 공소 등 전국 한센인 마을을 찾아 일요일에 무료로 진료한 한센인은 1만 5000여 명에 달한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강 씨는 지난 5월 전국 가톨릭 한센인들과 염 대주교로부터 나란히 감사패를 받았다. 당시 강 씨는 염 대주교에게 감사패를 받으며 “좋은 일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제게 상을 주셔서 송구스럽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은 1888년 7월 17일 교황 레오 13세가 사제수품 50주년 금경축을 기념해 교황직 수행에 도움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들에게 수여하고자 제정한 훈장이다.
‘명예의 십자가’로도 알려진 십자가 훈장은 그 나라의 주교와 교황 대사가 추천한 평신도나 성직자에게 교황이 수여하는 상이다.
금으로 제작된 십자가 메달 가운데에는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가 묘사되어 있으며 그 양 옆에는 ‘교회와 교황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문구(Pro Ecclesia et Pontifice)가 새겨져 있다. 한국 교회에서 지금까지 10여 명의 평신도가 이 훈장을 받았다.
훈장은 오는 11일 오전 10시 30분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주교관 소성당(명동 소재)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를 통해 전달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강 씨의 봉사활동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서울대교구 원로사목사제 김득권 신부와 강 씨의 가족 및 지인들,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한센인들이 함께 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