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대출을 받는다?

황당하게 들리지만 정부가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의 정책 중 하나다.

23일부터 출시되는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은 ‘임차보증금 반환 청구권 양도방식’과 ‘집주인 담보 대출 방식’ 등 2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임차보증금 반환 청구권 양도방식이란, 은행 대출금이 담보가 되는 셈이다. 계약이 끝날 때까지 세입자가 해당 금액에 대한 이자를 물고, 계약이 끝나면 집주인이 대출받은 금액을 은행에 다시 돌려주는 방식이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정책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전세금 호가만 올려놓을 ‘폭탄’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안전한 이자수입으로 금융권의 배만 불리고 서민들은 빚의 굴레에 매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 호가를 높여 부르는 부작용도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집주인 담보 대출 방식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다. ‘집주인 담보 대출 방식’은 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저렴하게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대책에 대해서는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대출을 받겠느냐”는 것이다. 집주인 입장에서 돈 떼일 염려는 없다지만, 세입자 편의를 위해 대출을 받아줄 그런 너그러운 집주인은 사실상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번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은 실효성 없는 ‘반쪽자리 정책’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 대란의 근본 원인은 물량 부족이다. 정부가 전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를 권장하는 것도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 않고, 통계나 서구 사례만 보고 내놓는 단편적인 정책은 서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기고 있다. 해마다 수천만 원 오르는 전셋값을 감당 못해 더 저렴한 전세를 찾아 떠돌아야 하는 서민들을 현장에서 만났다면, 이런 반쪽자리 정책은 출시되지 않았을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만이 민심을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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