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전쟁터에서 살고 죽는 것은 그 절반이 ‘군사전략’에 달려있다. 굳이 병법서나 명장들의 전쟁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전략 없이는 승리도 없다”는 것이 하나의 상식이다. 민주당이 8월 뙤약볕아래 거리에 천막을 치고 야전 전투를 벌이고 있다.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며 거리로 나선 것이다. 덩치 큰 집권당이 야당을 우습게 안다면 힘없는 야당으로서는 믿을 게 국민 밖에 없다. 그리고 의회정치가 작동되지 않는다면 광장정치로 해법을 찾는 것도 탓할 일이 아니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도 야당 대표 시절, 길거리에서 한파를 무릅쓰고 대여 투쟁을 벌인 적이 있다.

광장정치와 국민, 그리고 전략

광장정치는 곧바로 민심에 호소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지지’가 승패의 관건이다.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을 때, 수천 수만의 국민이 함께 불을 밝혀준다면 그 싸움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길을 가는 시민마다 냉소와 무관심을 보여준다면 이미 진 싸움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이런 점에서 외롭지 않다. 수많은 지지와 촛불이 함께하고 있고 심지어 그 중심에는 젊은 층을 비롯해 40, 50대의 직장인들까지 골고루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하루가 멀다 하고 각계 지식인, 종교인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국정원 개혁과 민주주의의 진전을 바란다는 한결같은 메시지다. 민주당 주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전도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아니 더 우울한 생각마저 든다. 같이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 시국선언에 나섰던 그 지식인들의 마음에 민주당은 이미 대안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그들에 업혀 있을 뿐, 그들이 민주당을 업고 있는 형국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들이 떠나버리면 민주당은 홀로 남는다. 어쩔 수 없이 국회로 들어가야 할 것이고, 또 어쩔 수 없이 새누리당에 휘둘릴 것이다. 그러면 “김한길 대표로는 안 된다”는 소리가 들릴 것이고, ‘친노의 폐악’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내 누구도 이런 소란을 잠재울 수가 없다. 당의 중심이 붕괴된 지 이미 오래다. 어쩌면 그래도 광장에 있을 때가 더 좋았다는 말이 절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민주당의 이런 무력감 바탕에는 대선패배의 후유증이 클 것이고 극심한 계파싸움도 한 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지도부의 무능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기에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정말 강조해야 할 부분은 한 마디로 ‘전략부재’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NLL 논란부터 국정원 정치개입, 최근의 국정조사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이 보여준 결론은 좀 심하게 표현하면 새누리당에게 끌려 다니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얻어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피를 줄줄 흘리면서 우리는 이렇게 얻어맞고 있다는 눈물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별로 동정심을 얻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다.

NLL 논란에서의 중구난방과 돌발적 유턴은 민주당에게 치명타가 되고 말았다. NLL 논란에서 민주당이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 지금도 알다가 모를 일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은 기본적으로 국기문란행위이다. 경찰수사의 은폐의혹까지 나오면서 여론의 분노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 불을 지펴야 할 국정조사에서 무능과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고 말았다. 새로운 사실도, 예리한 질문도 없었고 치밀한 전략도 없었다. 그저 권은희 과장에게 고마워하는 정도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특검 얘기를 하고 있다. 정말 신뢰가 가지 않을 뿐더러 그 어떤 비장함도 보이질 않는다. 정말 맞으면서도 즐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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