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월운·백운·수열스님 4파전

▲ 태고종은 오는 7월 18일 제25대 총무원장 선거일을 앞두고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올해 불교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총무원장선거다. 불교계의 쌍두마차인 대한불교조계종과 한국불교태고종이 차기 집행부를 이끌어갈 새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한 선거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진보 성향의 개혁적인 인물이냐 아니면 종단 안정을 지향하는 보수 성향의 인물이 될지, 어떤 후보가 선거인단의 표심을 사로잡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우선 태고종은 선거일이 내달 18일로 20여 일밖에 안 남았다.

태고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후보등록을 마쳤다. 총무원장 선거 후보로 전 중앙종회의장 도산스님과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월운스님, 강원종무원장 백운스님, 제주 선광사 수열스님 등 4명이 최종 등록을 마쳐 본격적인 선거레이스에 돌입했다.

태고종 제25대 총무원장 선거는 개혁 성향의 도산스님과 보수 성향의 월운‧백운‧수열스님 등 개혁과 보수 대결 구도로 압축됐다. 이들 네 후보 중에서 기존의 일부 지지층을 확보한 도산‧월운스님의 2파전이 될 것이라는 게 종단내의 분위기다.

한국불교계의 한 축을 형성한 태고종이 차기 총무원장 선출을 위한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가운데 후보등록을 마친 4명 후보가 각자의 종책 공약을 제시하며 표심을 잡기 위해 열을 내고 있다.

             도산스님                          월운스님                              백운스님                            수열스님

◆개혁세력, 기득권 구태·관행 쇄신으로 표심몰이
중앙종회의장직을 사퇴하며 선거에 뛰어든 도산스님은 기존 기득권 세력에 맞서 종단개혁을 강하게 이끌겠다는 야심찬 종책(정책) 공약을 밝혀 개혁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도산스님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8대 핵심기조와 18대 공약, 57개 실천항목을 제시하며 총무원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스님은 서울 종로구 종로오피스텔 306호에 선거캠프를 꾸렸다. 스님은 종단 발전을 저해하는 구태와 관행을 뿌리 뽑고 혁신적인 개혁을 통해 종단에 새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도산스님은 “태고종은 한국불교를 이끌어온 적자종단임에도 근래 전임자들의 독단과 방임, 파행적 운영으로 종단과 종도는 물론 불교계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면서 “수십억의 부채와 여러 가지 문제 등으로 어려운 종단을 이끌 총무원장은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이 같은 고통과 혼란의 짐을 종단‧종도들에게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원력으로 혼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종단의 부채 문제와 폐쇄적인 종단운영 등을 꼽았다. 종단운영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감사원 설치 및 예‧결산 공개, 종무회의 확대 등을 공약했다.

도산스님은 제주, 전남, 충북 교구 등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개혁적 성향이 강하다보니 기존 세력의 반발도 상대적으로 커서 약점이 되고 있다.

◆보수세력, 종단 안정화 바탕에 둔 지지층 표심잡기
보수 성향의 월운스님은 연륜과 친화력을 갖춰 종단을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로 평가 받으며 보수 세력의 지지층을 확보한 상태다. 전·현직 총무원 집행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서울, 경기 교구 등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월운스님은 총무원 교무부장과 중앙사정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총무원장 권한대행 등 종무행정의 경험이 풍부하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종단 안팎에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이 많아 뛰어난 친화력을 갖췄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스님은 현재 77세의 고령에다 교구종무원장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월운스님은 종책 방향으로 ‘종단 관련 부채문제 해결’ ‘교육제도 보완 및 교육인프라 구축’ ‘분담금 제도 개선’ ‘선암사 수호대책 수립’ ‘수행공간 확보 및 위계질서 확립’ 등을 제시했다.

스님은 “집권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일처리하는 권위적 종무행정을 지양하겠다”며 “종도 등 민원인 편의 위주의 종무질서를 확립해 종단 발전에 이바지 하겠다”고 밝혔다. 월운스님은 24일 자리를 마련해 구체적인 종책 공약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가장 먼저 출마의사를 밝힌 백운스님은 기자회견을 통해 총무원장에 당선되면 수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는 종단의 부채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백운스님은 “종단의 가장 큰 당면 현안인 부채 등의 문제들이 공염불이 돼 종도 간 불신과 대립이 생겨났다”며 “지난 40여 년간의 수행이력과 교육, 종무행정 등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실추된 태고종단의 위상을 되찾아 유구한 정통성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파당과 파벌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선거운동원을 별도로 구성하지 않겠다”며 “직접 선거권자와 종도들을 만나 표심을 얻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백운스님은 타 후보에 비해 지지기반이 지역적 한계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님은 선거안내 자료집에서 종책 5대 기조로 ‘종단 정체성 확립’ ‘현대사회 향도하는 역할 증대’ ‘종도교육 제도 개선’ ‘지방교구종무원 활성화 지원’ ‘수행정진 생활화’ 등을 제시했다.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20일 출마의사를 밝힌 제주도 선광사 수열스님은 도산스님과 같은 제주교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수열스님은 ‘신뢰받는 종단’ ‘복지사업 활성화’ ‘인재 발굴 및 영입’ ‘종도·종단사찰 질적 향상 도모’ ‘종단 정통성 계승 위한 정책’ ‘종단 현안문제(부채) 해결’ ‘포교사업 활성화’ 등을 주요 종책 공약으로 제시했다.

스님은 “법에 저촉된 당사자와 부당이득을 취한 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겠다”면서 “봉원사와 논의해서 연지원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부채 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도산스님과의 단일화는 없다”면서 “부드러운 리더십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 종단을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147명의 선거인단 표심이 개혁파인 도산스님에게 쏠릴 것인지 아니면 보수파의 지지를 받는 월운스님에게 갈지 종단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또 다른 후보인 백운스님과 수열스님의 행보가 제25대 총무원장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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