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가 이뤄진 진주시 도심의 가로수 모습. 가로수와 전선·통신선이 같은 방향으로 심어져 있다. ⓒ천지일보 2022.3.6
가지치기가 이뤄진 진주시 도심의 가로수 모습. 가로수와 전선·통신선이 같은 방향으로 심어져 있다. ⓒ천지일보 2022.3.6

가로수 ‘탄소흡수원·숲’ 기능

산림청도 세부 관리기준 無

“가로수 관리지침 마련해야”

전선·통신선 겹치는 문제도

“‘도시숲 심의위’ 추진할 것”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겨울에서 봄으로 접어드는 이맘때면 전국 곳곳 도심에서 가지치기가 이뤄지는 가로수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경남 진주시에서도 이달까지 2831그루를 대상으로 하는 ‘가로수 전정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곳곳의 환경단체들은 가지치기를 마친 앙상한 가로수 모습에 좀 더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주환경운동연합도 “가로수는 삭막한 도로에 생명감을 불어넣고 도시의 미세먼지와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등 거리의 미관과 국민 보건에 도움을 준다”며 “하지만 현실의 가로수는 머리가 잘리고 가지가 잘리고 있다. 말 그대로 ‘성한’ 나무가 없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나무 하나하나가 크기와 생장 속도 등이 다른데 가로수들이 똑같은 가지치기 형태로 흉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가로수들이 도심 내 훌륭한 탄소 흡수원과 도시숲으로 그 몫을 다할 수 있도록 무조건 가지를 잘라내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가로수 관리를 위한 법 제도와 행정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실상은 과도한 가지치기로 살아있는 나무에 대한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이 말하는 법 제도는 산림청의 산림자원의 조성·관리에 관한 법률 등을 말한다.

산림청은 가로수에 대한 국민 관심에 부응하고 체계적인 가로수 조성·관리를 위해 지난주 ‘가로수 조성·관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안내서로 운영 중인 가로수 식재와 관리 기준 등의 세부기준을 ‘도시숲법’에 의한 지침에 구체화해 그 실행력을 강화키로 한 것이다.

산림청의 ‘산림자원의 조성·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4조 1항 ‘가로수 조성 및 관리규정 고시’에 따라 그 승인절차, 기간, 비용 등은 해당 지자체의 조례, 계획, 지침을 통해 정해진다. 이에 따라 산림청도 법률을 기준으로 지자체별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에 가지치기 등이 보완·개선 운영될 수 있도록 협의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진주시 공원관리단이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6
진주시 공원관리단이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3.6

산림청이 언급한 지자체 조례와 같이 진주시에서도 ‘가로수 조성·관리 조례’가 시행 중이다.

이 조례는 ‘가로수를 자연형으로 육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수형의 변화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가로수의 건강한 생육, 아름다운 수형, 도로표지 및 신호등 등의 도로안전시설에 대한 시계 확보, 전송·통신 시설물의 안전 등을 위해 가지치기를 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진주 환경단체는 “문제의 산림청 고시의 ‘가지치기의 대상·기준’에는 가지를 얼마나 자르거나 자르면 안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산림청의 ‘가로수 조성·관리 계획’에 따라 이후 지자체의 가로수 관리가 지침에 따라 명확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 진주시도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의 가지치기 지침을 명확히 하고 ‘도시숲 등의 조성·관리 심의위원회’를 통해 가로수와 도시숲을 관리하는 민관 공동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진주시 공원녹지팀 관계자는 “도심의 가로수는 전선·통신선과 동선이 같아 시설물의 안전을 위해 정상적인 수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에 따라 안전을 고려해 수형이 올바른 가지는 유지하는 방식으로 가로수 수형을 회복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답변했다.

또 “이번 전정사업의 대상 수종은 은행나무 2611주, 플라타너스 203주, 히말라야시다 17주 등”이라며 “태풍 등 바람에 취약한 수종인 히말라야시다의 경우 피해 예방과 경관 유지를 위해 과도한 가지치기는 지양해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 요구사항에 대해 공원관리과 관계자는 “자체적인 가로수·가로변 녹지조성 관리 메뉴얼을 작성해 ‘도시숲 등의 조성·관리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민관이 함께 가로수의 수형을 잡아가는 공동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가로수의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한층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나무의 생명활동과 부후균(식물체 일부를 썩게 하는 세균)이 활발하지 않은 겨울에 가지치기하는 것이 좋다고 추천한다. 낮은 온도에서는 균의 활동이 적고 구획화(식물이 조직 내 스스로 방어벽 만드는 일)는 나무의 생장이 시작되는 이른 봄에 가장 활발하기 때문이다. 

진주시의 가로수 조성관리 기준상 가지치기 가능 시기도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로, 시는 이달 중순까지 이번 전정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진주시 공원관리단이 공원·녹지에 대한 정비를 벌이고 있다.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2.2.22
진주시 공원관리단이 공원·녹지에 대한 정비를 벌이고 있다.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2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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