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보수 개신교 연합기관으로 평가받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현 3인 공동대표회장 체제에서 1인 대표회장 체제로 전환을 가닥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교총 상임회장단은 오는 20일 제5회 정기총회를 속회하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정관개정안을 다시 상정키로 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린 한교총 정기총회에서 대의원들이 항의에 나서고 있는 모습. (출처:한국기독공보 유튜브 영상 캡처)
국내 최대 보수 개신교 연합기관으로 평가받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현 3인 공동대표회장 체제에서 1인 대표회장 체제로 전환을 가닥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교총 상임회장단은 오는 20일 제5회 정기총회를 속회하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정관개정안을 다시 상정키로 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린 한교총 정기총회에서 대의원들이 항의에 나서고 있는 모습. (출처:한국기독공보 유튜브 영상 캡처)

3인→1인 대표회장 전환

정관개정안에 내부 혼란 

2일 정기총회 결국 정회  

사태 수습나선 지도부 

“개정 만장일치로 합의” 

20일 정기총회 속회서 

수정 개정안 상정할 듯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989년 창립 이후 한국 보수 개신교계 목소리를 대변하며 한때는 한국 개신교 최대 단체로 인식됐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그러나 대표회장을 둘러싼 자리싸움 등 교권주의로 인해 현재의 한기총은 ‘문패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상이 떨어졌다. 그간 한기총이 우뚝 섰던 한국교회 보수 연합기관 지형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기총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2017년 창립해 한국교회의 95%가 속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사실상 한국 보수 개신교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대안으로 한국교회의 개혁과 일치를 주장해온 한교총이지만 최근 지도부가 1인 대표회장 체제 전환을 꾀하면서 ‘한교총이 한기총의 부패 전철을 밟을까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시끄럽다. 

14일 교계에 따르면 한교총 상임회장단은 오는 20일 제5회 정기총회를 속회하고 기존의 3인 대표회장에서 1인 대표회장 체제로 전환하는 정관 개정안을 다시 상정하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기존의 개정안을 재정비한 것으로 공동 대표회장제는 유지하되 법적 대표성을 가진 단독 대표회장을 선출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교총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연합회관에서 정기총회를 열었지만 상임회장단이 내놓은 정관개정안을 두고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면서 결국 정회를 선포했다. 기존 3인 공동대표회장 체제에서 1인 대표회장 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이 논쟁의 촉매제가 됐다.

1인 대표 체제로 리더십을 강화해 연합과 일치를 힘쓰고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겠다는 명분이었지만, 내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1인 체제로 전환할 경우 과거 한기총과 같이 교권주의가 팽배해지고 결국 부패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기총회 현장에서는 정관개정 안건을 보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총회에 참석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정관은 한교총을 이끌어 나가는 가장 중요한 규정이다.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며 “정관개정 안건은 보류하고 총회를 진행하자”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 역시 “교회의 아킬레스건은 분열”이라며 “한기총은 1인 대표자의 전횡 내지 독단적인 문제로 분열했다. 한교총은 3인 공동 체제를 유지해 왔고 잘 운영됐는데 정관개정 문제로 사분오열하고 있다. 정관개정은 내년 총회에서 다루자”고 제안했다.

이 외에도 의원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공동대표회장 소강석 목사는 정회를 선언했다. 그러자 몇몇 의원들 사이에선 “독단적으로 회의를 진행한다”는 항의가 쏟아졌다. 소 목사는 다소 강한 어조로 “말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세요”라고 말한 뒤 단상에서 내려왔다. 당시 자중지란으로 끝난 회의에 한 의원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기관지 한국기독공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라고 하기에는 회의 진행뿐만 아니라 절차와 준비가 미숙했다”며 실망감을 전했다.

총회 속회를 앞두고 한교총 지도부는 13일 긴급회의를 가졌다. 소 목사는 이날 회의에 앞선 경과보고에서 “정기총회가 원만히 마무리 되지 못하고 정회가 된 것은 정말 유감”이라며 “정회 이후 빠른 정상화와 총회 속회를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정기총회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목사님들과 차기 한교총 대표회장을 이후 만나 정관개정 내용에 대해서 합의를 했고 인선 문제를 마무리 했다”며 “정관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했다. 한교총 분열 등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물리적이 아닌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할 것이고 연합기관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한교총이 합리적으로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교총이 사실상 1인 대표회장 체제로 전환을 가닥 잡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교계 내부의 반대 목소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인 대표회장 체제 전환에 대해 “집중된 종교권력을 누리겠다는 검은 속내”란 비판도 나온다.

개신교 시민단체 교회개혁연대는 ‘한교총의 1인 대표회장 체제 전환을 반대하며 한교총 한국교회 회복의 걸림돌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한교총 일부 기득권층은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강조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함이라며 체제 전환을 이야기 하지만 이면에는 정치권력과의 유착으로 돈과 권력을 지속하기 위한 욕망이 꿈틀대고 있다”며 “강력한 이익집단화를 통해 교회연합운동을 로비스트 활동으로 전락시키려는 행태를 좌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거 자리다툼으로 만신창이가 된 한기총의 쇠퇴와 이로 인해 한국교회로부터 돌아선 시민사회를 목도 했음에도 그 행보가 다르지 않다”며 “한교총도 (한기총처럼) 부패의 역사를 이어갈 처지에 놓여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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