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 긴급 임원회를 다시 열고 부결됐던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의 통합 합의서를 다시 통과시키면서 보수연합기관 통합 가능성이 다시 살아났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2차 임원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출차:한기총)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 긴급 임원회를 다시 열고 부결됐던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의 통합 합의서를 다시 통과시키면서 보수연합기관 통합 가능성이 다시 살아났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2차 임원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출차:한기총)

통합 기본합의서 부결 뒤집고

긴급 임원회 열어 다시 통과

결정 번복에 일부 임원 반발

임시대표회장 비판 목소리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 문제의 중심에 서며 잡음이 나오고 있다. 한기총은 최근 긴급 임원회를 열고 이미 부결된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다시 채택했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의 통합은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됐지만 교계 일각에서는 한기총의 행보가 오히려 통합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2차 긴급 임원회’를 열고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작성한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번 긴급임원회는 지난달 7일 열린 임원회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한기총 일부 임원의 이의제기에 따라 다시 소집된 것이다. 당시 한기총 임원회에서는 ‘한교총에 가입된 세계교회협의회(WCC) 회원 교단과는 함께할 수 없다’ 등의 이유로 기본합의서가 부결됐다. 그러나 이후 무기명으로 진행된 찬반 투표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이의가 접수됐고 한기총 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가 이의를 다시 받아들여 2차 임원회를 열게 됐다.

교계 관계자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한기총 임원들은 팽팽하게 대립했다. 회의 시작 후 개회선언과 전회의록 채택까지 가는 데만도 수차례의 정회를 거쳤고 지난 임원회가 왜 하자가 있는지, 임원회를 다시 여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긴급 임원회 개최에 반대하던 일부 임원들은 불만을 표하고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기본합의서는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임시대표회장 김 변호사는 폐회 후 진행한 브리핑에서 “한교총과 통합의 불씨가 꺼지지 않아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주어진 시간 동안 한기총과 한국교회 전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기총은 추후 한교총과 통합 논의를 진행해 합의할 경우 안건으로 상정하고 5월 말 총회를 열기로 했다. 만약 통합이 가결되면 합의에 따라 진행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6월 말 대표회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기총과 한교총의 통합이 적어도 단기간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양 기관 내부에서 여전히 통합에 회의적인 여론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임원회 재개최를 두고 교계 일부에서는 김 변호사가 한교총과의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왔다. 통합에 대한 한기총의 결정이 이번 임원회에서 극적으로 뒤집히면서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김 변호사는 전광훈 목사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로 공석이 된 한기총 대표회장석에 법원이 직무대행으로 파송한 인물이다.

이런 그의 신분이 오히려 연합기관 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는 연합기관 통합 논의 초부터 이어져 온 상황이다. 예컨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경우, ‘한기총의 정상화’를 통합의 전제로 내세워왔다. 임시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한기총이 총회를 열고 대표회장 등 집행부를 정식으로 구성하는 등 정상화하면 조건 없이 통합한다는 원칙이다.

때문에 한교총 뿐만이 아닌 한교연까지 아우르는 연합기관 통합을 위해서는 우선 한기총이 정식 대표회장을 선출하는 게 우선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개신교 언론 기독일보에 따르면 교계 한 관계자는 “한기총으로선 총회를 열고 새 대표회장을 뽑는 등 하루 빨리 정상화하는 것이 그나마 교계 연합기관 통합의 물꼬를 트는 일일텐데, 왜 김 변호사는 이런 길을 놔두고 한교총과의 통합에만 목을 매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그가 파송된 지 18개월이 지나가는데 정식 대표회장 임기가 1년인 점을 감안하면 기독교인도 아닌 그가 이렇게 오랜 기간 사실상 대표를 맡고있는 한기총의 지금 모습은 정상화는커녕 매우 퇴행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 속에 주요 교단의 총회장이 바뀌는 올해 9월 이후까지 뚜렷한 결론 없이 지금처럼 ‘논의만’ 하는 상태가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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