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1.10.1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1.10.15

전세·집단대출 계속 증가 예상

금융시장 변동성 커질 우려

“국내 통화정책 여전히 완화적”

최근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규제로 인해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수요는 여전히 커서 내년 이후에도 증가세가 잡힐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한국은행은 진단했다. 또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 등으로 인해 각국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에서 정상화로 빠르게 돌아설 경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도 우려돼 잠재적 금융 위험요소로 꼽았다.

한은은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향후 가계대출은 금융권의 강도 높은 증가세 관리, 계절적 비수기 등의 요인으로 당분간 현재의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대출을 원하는 수요자들이 많아 내년 이후에도 둔화 추세가 지속될지 여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내년부터 시행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등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책이 가계대출 억제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대출수요가 여전히 크고 규제 영향이 작은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 등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한은은 “최근 가계부채 상승률, 주택가격 오름세가 다소 완화되고 있으나 이런 추세의 지속성과 강도와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에도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대출을 더 억제하기 위해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금리 인상이 가계 차입자의 금융 부담을 늘려 수익 추구 행위를 절제시키는 요인이 되면서 가계부채 둔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기준금리를 한 두 번 올린다고 정책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거시건전성 정책이 일관되게 잘 추진되고 통화정책 완화 정도도 경기 개선에 맞춰서 적절하게 조정해 나가면 향후 금융불균형 완화 효과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올해 기준금리를 두 번 올렸지만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말해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달 25일 이주열 총재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 “기준금리가 1.00%가 됐지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말해 내년 빠른 시기에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조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11.25
(서울=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11.25

하지만 박 부총재보는 긴축 수준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가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가 코로나19에서 벗어나 회복하는 단계에 있고, 불확실성 요인도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긴축 수준으로까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지금 시계에선 생각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또한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이 잠재적 금융 위험 요소로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지난달 말 전 세계에 퍼진 달러를 걷어 들이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조기 종료하는 방안을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다른 선진국 가운데 캐나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호주도 자산매입 축소, 정책금리 인상 등을 시작했고 영국 영란은행도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수개월 내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러시아, 터키, 남미, 유럽 국가들은 이미 최근 정책금리를 상당폭 인상했다. 이같이 주요국들이 긴축 재정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한은도 긴축 수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빠르게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한은 역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등에 따라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관련 리스크(위험) 요인을 주의 깊게 점검해야 한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한은은 또 향후 민간소비 회복 모멘텀(동력)과 관련해 “방역 정책 전환 등 여건 변화로 올해 4분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비교적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내후년까지 민간소비 증가율은 장기평균 수준(연간 2.4%)을 상회할 것”으로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 근거로는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11월 이후 심야 시간 이동량 증가, 경제주체들의 소비 활동 확대, 대면 서비스 신용카드 지출 증가 등을 들었다. 다만 최근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위드 코로나 지속여부가 불확실해짐에 따라 소비가 다시 위축될 우려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1.25
(서울=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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