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 전망
美 10월 물가, 31년 만에 최대
中 생산물가 13% 급등, 최고치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전 세계 경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현상)이 심상치 않다. ‘일시적’이라는 진단에서 점점 공포로 엄습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물가 상승률이 역대급으로 치솟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공급망 차질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급등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게다가 바이든 정부의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무역전쟁으로 번지면서 세계 경제와 물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두 나라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절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에는 악조건이다.
미국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를 실시하면서 기준금리 인상까지 조만간 단행할 것을 시사하면서 긴축시대 시계는 빨라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적인 인플레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경제는 그대로 같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도 외국인투자자의 유출을 막기 위해 미국의 긴축 움직임에 함께 맞춰야 하는데, 코로나19의 계속되는 확산세와 경기침체, 가계대출 이자부담 등의 난제가 따르고 있어 쉽지 않다. 자칫 회복하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까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또한 겨울을 앞두고 가스 등 난방료부터 빵 등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인플레이션은 이제 가정 곳곳까지 파고들고 있어 이번 겨울은 더욱 춥게 다가올 전망이다.
◆美·中 등 세계가 물가지표 쇼크
세계 곳곳이 물가지표 쇼크를 받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오르며 1990년 12월 이후 3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4% 올라 2008년 8월 이후 최대폭으로 올랐는데, 한 달 만에 변동폭을 더 키운 것이다. CPI는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간 5%대 상승폭을 지속하더니 10월에는 6%대를 찍고 말았다.
미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8.6% 올라 2010년 11월 자료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유럽의 경우 독일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를 기록했다. 이는 동서독 통일에 따라 물가가 급등했던 1993년 8월 이후 28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역시 4.1% 상승해 1997년 통계집계 개시 후 최고치로 뛰어올랐고, 인접한 터키는 19.9%나 급등했다.
영국 또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 등으로 3.1% 올랐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2% 중후반을 기록했지만 예년에 비해 고공행진이다. 러시아는 9월 7.4%를 기록하더니 10월에는 7.8%까지 치솟았다.
중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중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5%이지만, 작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생산자물가가 심상치 않다.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1월 1.0%에 그쳤지만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결국 10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3.5% 상승하며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6년 이후 25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석유, 석탄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이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렸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중국이 미국의 우방국인 호주로부터 석탄 수입을 금지하면서 자국에 전력난이 발생했고, 이것이 생산 차질로 이어진 점도 물가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공급 차질이 일파만파로 퍼져 국내 요소수 부족 사태까지 일으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곳곳이 중국발(發) 인플레이션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역시 전년 동월 대비 3.2%나 상승해 2012년 1월(3.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3분기(7~9월) 기준으로도 2.6% 올라 2012년 1분기(3.0%)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막대한 유동성·유가 급등 등 원인
이처럼 물가가 급등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풀었던 막대한 돈이 꼽힌다. 전례 없는 유동성으로 화폐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상품의 가치는 올랐기 때문이다.
또 백신접종률을 높이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등으로 소비가 늘어나면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고, 전 세계 물류대란은 공급 부족 사태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유가 등 원자재 급등은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빼놓을 수 없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미국의 추가 공급 요구에도 기존의 증산 방침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유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 에너지 가격이 1년 전보다 30% 상승해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고, 독일도 난방유가 101.1% 오르는 등 연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장기화는 현재로선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초반에는 인플레 현상이 경제가 정상화되어 가는 과정으로 인식됐으나 지금은 굉장히 심각한 상황으로 빠지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진 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특히 중국발 인상 요인이 크다. 미중 간의 패권경쟁이 교역 문제로도 치닫고 있어서 물가 상승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은 미중 무역의존도가 전체 수출의 절반비중을 차지해 더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내는 통계에서 물가에 반영하는 집값 비중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그는 “미국의 경우 집값 관련해 물가에 20%를 반영하는데, 한국은 고작 3%밖에 반영하지 않는다. 1600가구 정도의 통계만 반영되니 집값이 그렇게 올라가도 물가상승률이 겨우 3%만 올라가는 것도 다 그 이유다. 실제 서민들의 가계지출 30%가 임대료인데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아무래도 글로벌 시장수요가 생각보다 빨리 왔고, 이것이 원자재 중심으로 공급이 못받쳐주니 물가상승률이 높다. 이것이 우리나라에도 수입물가를 통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당분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 같고, 하반기에 원유나 원자재 등의 공급능력이 살아나면 안정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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