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해 300개 이상의 은행 점포가 없어진 가운데, 시중은행이 유통업계와 손잡고 ‘편의점 은행’을 선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기존 영업점을 유지하기보다 편의점을 이용해 접근성을 높일 방법을 찾은 것이다. 점포 축소로 인한 금융당국의 제재와 금융소외계층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생활금융 서비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지난달 하나은행이 BGF리테일과 금융 업무 처리가 가능한 CU마천파크점을 연 데 이어 신한은행도 GS리테일과 강원 정선군 고한읍에 GS25편의점 혁신점포 1호점을 열었다.

먼저 지난달 12일 하나은행은 BGF리테일과 손잡고 서울 송파구 소재 CU마천파크점에 편의점 점포를 열었다. 그간 해당 점포 기준 인근 500m 내 일반 은행과 자동화기기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금융 업무가 필요한 고객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점포에는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공간인 하나은행 스마트 셀프존을 별도로 구성했다. 은행 상담원과 영상 상담 연결이 가능한 종합금융기기 STM(스마트 텔러 머신)과 현금지급기(CD)를 각각 1대씩 설치해 비대면으로 편리하게 종합생활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하나은행이 설치한 STM은 ▲기존 ATM 업무 ▲금융거래를 위한 신분확인과 바이오 인증 ▲계좌 개설 ▲통장 재발행 ▲체크카드 발급 ▲보안카드(OTP) 발급 등을 포함한 약 50가지 은행 업무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영상 상담 연결이 필요한 일부 업무를 제외하면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업무 수수료도 일반 은행 365코너 또는 영업점에서 수취하는 것과 동일하다.
신한은행은 수도권에 비해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편의점 점포를 우선 열 계획이다. 지난달 27일 신한은행은 GS리테일과 함께 ‘GS25x신한은행’ 혁신점포 1호점을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열었다.
해당 점포는 편의점 내 독립된 공간에서 디지털 영업부의 직원과 화상 상담을 통해 펀드, 신탁, 퇴직연금, 대출 등 영업점 창구 업무 80%를 처리할 수 있다. 또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2021년형 스마트 키오스크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은행원, 바이오인증 등 첨단 기술을 편의점 점포에 접목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소외계층이 기계를 다루지 못 하더라도 직원이 화상으로 연결돼 다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은행이 영업점 축소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편의점이라는 채널을 통해 금융 업무와 생활 속 금융을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은행은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편의점을 채널로 적용, 비대면 금융확산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금융 소외층을 포용하려는 목적으로 이 같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가 확산됨에 따라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기존 영업점이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중은행 점포 규모는 지난 2015년 4314곳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3492곳으로 축소됐다. 점포 통폐합이 빨라지면서 내년 첫 달에는 문을 닫는 영업점이 100여곳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점포 운영에 대한 은행의 자율성은 존중하되 노령층 등 금융 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에 따라 편의점을 채널로 이용, 비용은 줄이면서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늘리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러한 영업점 감축과 편의점을 이용한 무인력 채널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일할 곳이 사라지는 은행원들이 급격한 영업점 폐쇄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25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정의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급격한 영업점 폐쇄를 비판했다.
이들은 “무분별한 은행 점포폐쇄가 계속되면 지속적인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며 “연령과 거주지에 따른 금융격차를 확대하는 사회적 혼란도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무책임한 점포 폐쇄를 제어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영업점 축소와 비대면 채널 확대가 맞물리면서 은행 직원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데 점포 폐쇄가 계속되면 인력감축은 불가피하다”며 “올해 9월까지 161개 은행 점포가 사라진 데 이어 연말 5대 은행에서만 100여개 점포가 추가로 폐쇄될 것으로 알려지는 등 금융당국의 조치가 현장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은행권이 올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예고한 상황에서 점포운영 효율화를 위해 연말 대규모 희망퇴직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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