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삼성전자, 연합뉴스)
(자료: 삼성전자, 연합뉴스)

가석방 이후 조용한 행보만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 발표

다음달 미국 출장 유력 전망

반도체 투자 부지 확정할 듯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한 지 오늘(25일)로 1년이 됐다.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홀로 삼성을 맡은 지 1년이 흐른 것이다. 그간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초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지난 8월 가석방으로 석방돼 현재는 조용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타계 1주기를 맞아 본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며 ‘뉴삼성’을 진두지휘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이건희 회장의 1주기 추도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가족 위주의 최소 인원으로 치러질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수원 선영에서 비교적 조용하게 1주기 추도식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의 장례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조화·조문을 사양하고, 가족장으로 간소하게 치러진 바 있다.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이후 지난 1년은 삼성의 위기의 순간으로 평가된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2014년부터 6년 넘게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온 이재용 부회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별세 후 뉴삼성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올해 초 사법리스크로 법정 구속됐다가 지난 8월에 가석방돼 200일 동안 삼성 컨트롤타워 자리를 비웠다. 그간 경쟁사들은 대규모 투자 계획 등 격차를 벌리려 나섰지만 삼성은 이렇다 할 계획을 밝히지 못하고 요지부동이었다.

8월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하면서 이러한 경영 환경이 타개되나 싶었지만 아직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가석방됐지만 취업제한, 거주지 제한 문제와 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 재판 등 사법리스크가 뒤따르고 있다. 일단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출소 11일 만인 지난 8월 24일 향후 3년간 반도체·바이오 등에 24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과 4만명의 고용 계획을 내놓고 위기 돌파에 나섰다.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된 데에는 국내외 경제환경이 고려된 만큼 투자 계획에는 투자와 함께 경제 활성화 방안도 포함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계열사 간 부당합병 의혹 관련 1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계열사 간 부당합병 의혹 관련 1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14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부친의 1주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지 기대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출소 이후 별다른 공식 일정이나 대외 활동 없이 잠행을 이어오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법원 출석 외 고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빈소를 찾은 것과 김부겸 국무총리와 만나 ‘청년희망ON 프로젝트’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것이 전부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오는 11월 미국 내 두 번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부지 선정과 관련해 미국 출장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직접 현지에 방문해 최종 결정을 내리고 북미 지역 사업을 점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다음 달 미국 출장길에 오르면 지난 8월 출소 이후 첫 해외 행보가 된다.

앞서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감행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공장 부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반년 가까이 결정이 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최근까지도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텍사스주의 테일러시가 유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회사 차원에선 삼성전자가 향후 3년간 240조원 투자 및 고용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재용 부회장 개인적으로는 가석방으로 인한 취업제한 등 페널티를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정농단’ 사건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재구속된 지 207일만에 광복절 가석방 허가자로 인정받아 출소했다. ⓒ천지일보 2021.8.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천지일보 2021.8.13

출소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미국 출장 가능성은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환경이 그만큼 급변하면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1위를 차지한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도 1등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미국 출장길에 올라 반년 가까이 결정 나지 않은 파운드리 공장 부지 등의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앞서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추석 연휴를 활용해 미국 출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뤄지진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6년부터 매번 명절 해외 현장 경영을 이어 왔다. 국정농단 사태 재판 및 구속으로 움직이지 못한 2017년과 2018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이어와 올해 추석에도 해외 출장이 점쳐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는 해외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8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와 맞설 수 있는 기업이 되려면 이재용 부회장이 이른 시일 내 경영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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