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1.10.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1.10.5

검찰, 지난달 29일 압수수색 과정서 유동규 폰 미확보

증거은닉 의혹에 경찰 고발… 사건 배당 하루만에 폰 찾아

검찰 “수사팀 불찰에 송구… 경찰 분석에 협력” 체면 구겨

 

경찰, 곽상도 아들-천화동인 대표 소환 등 자체수사 속도

검찰 별개 전담팀 구성하고 계좌 압수수색·출국금지도 진행

수사역량 입증 및 늦장수사 만회 이유로 존재감 드러낼 듯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 아들과 이한성 천화동인 1호 대표 등을 잇달아 소환한 데 이어 검찰이 놓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휴대전화를 수사 하루 만에 확보하는 등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수사를 두고 경찰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전날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 증거은닉 고발 사건을 배당받은 당일인 7일 유 전 본부장 휴대전화를 찾았다고 밝혔다.

◆유동규 입만 바라보던 검찰

앞서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지난달 29일 유 전 본부장 오피스텔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자신의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져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휴대전화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인근을 수색했으나 찾지 못했다.

이후 유 전 본부장이 이달 1일 체포됐고,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 김국일 변호사도 지난 3일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 뒤 검찰이 “주거지 내외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압수수색 전후로 창문이 열린 사실이 없다”며 “검찰 조사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은 압수수색 전날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휴대전화 판매업자에게 맡겨놓았다고 하면서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 측은 이후 던진 것은 최신 휴대전화고, 지인에게 맡긴 건 예전 사용 휴대전화라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휴대전화 행방과 중요도를 놓고 연이어 보도가 이어졌으나, 검찰은 계속 휴대전화 행방을 찾지 못했다.

유 전 본부장이 판매업자에게 휴대전화를 맡겼다는 말이 나오면서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등 단체는 5일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가져간 자를 증거은닉과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로,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는 자를 증거은닉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천지일보 경기=이성애 기자]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6일 경기도청 브리핑 룸에서 임진각평화누리에서 판문점까지 달리는 첨단 ‘평화 모노레일’ 추진을 발표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3.6
[천지일보 경기=이성애 기자]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천지일보DB

◆경찰, CCTV 분석해 유동규 폰 확보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7일 사건을 대장동 의혹을 수사하는 경기남부청에 배당했다. 그리고 경기남부청은 사건 배당 즉시 주변 CCTV를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 이윽고 불상의 낙하물을 한 시민이 습득해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경찰은 해당 시민을 수소문해 휴대전화를 같은 날 압수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 입만 바라보며 며칠 동안 찾지 못했던 휴대전화를 사건 배당 하루도 지나기 전에 찾아낸 것이다.

검찰은 이번 일로 두 가지 이유로 체면을 구겼다. 하나는 휴대전화를 찾지 못한 점, 또 하나는 휴대전화를 버린 일이 없다고 했는데 실제로 버렸다는 게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날 입장을 내고 “지난달 29일 피의자의 오피스텔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검찰에서 확보하지 못한 휴대전화를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확보했음을 확인했다”며 “당시 휴대전화 수색을 위해 모든 CCTV를 철저하게 확인하지 못한 검찰 수사팀의 불찰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확보된 휴대전화에 대한 경찰의 분석에 적극 협력해 이 사건의 실체·진실 발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이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1.10.8. (출처: 연합뉴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이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1.10.8. (출처: 연합뉴스)

◆검찰과 경찰 각개전투

검찰과 다른 면모를 보인 경찰은 대장동 수사에서도 검찰에 물러설 의사가 없어 보인다.

검찰과 별도로 전담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전날 이한성 천화동인 1호 대표와 곽상도 의원 아들 곽병채씨,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 이모씨 등을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곽병채씨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의혹, 이씨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에게서 100억원을 받은 의혹이 있다.

또 경찰은 김 전 부국장과 곽병채씨 등을 출국금지하고, 이들에 대한 계좌 압수수색도 벌였다.

검찰에서 전담팀을 운영하는 상황에서도 경찰 나름대로 수사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다. 특히 곽병채씨의 경우 검찰도 지난 1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입구가 종이로 가려져 있다. ⓒ천지일보 2021.9.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입구가 종이로 가려져 있다. ⓒ천지일보 2021.9.27

◆물러설 생각 없는 경찰

겸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자유롭게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경찰은 경찰만의 수사 성과를 내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탄생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처음 전면에 등장한 올해 초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때도 경찰은 검찰 없이도 수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곤 했다.

남구준 국수본부장은 3월 8일 당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에 검찰도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에 “경찰이 그동안 부동산 특별단속 수사역량을 축적해왔기 때문에 꼭 검찰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대장동 의혹 수사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경찰도 나름의 성과를 내 수사역량을 인정받으려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검·경 사이에 별다른 협의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검찰·경찰 소환일정이 맞물려 경찰 출석이 미뤄지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회 심리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4월 김 전 부국장과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 간 2019~2020년 금융거래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해 경찰에 통보했다.

그러나 대장동 의혹이 불거져 9월 수사에 착수하기까지 몇 개월 동안 경찰은 이 건에 대한 별다른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경찰은 결국 지난 5일 국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고, 김창룡 경찰청장은 “초기 판단이 잘못된 점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사과했다.

다만 검·경이 각개전투를 벌이면서 실체 규명이 더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수사력 낭비라는 지적은 두 기관 모두 경청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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