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 중인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가게에 ‘4단계 지난 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정부는 내일(20일) 다음주부터 적용될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6주째 거리두기 4단계가, 비수도권에서는 한 달째 3단계가 시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 중인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가게에 ‘4단계 지난 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정부는 내일(20일) 다음주부터 적용될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6주째 거리두기 4단계가, 비수도권에서는 한 달째 3단계가 시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19

매달 월세만 230만원, 다달이 600만원씩 적자 보며 장사

“폐업해도 돈 한 푼 못 받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손님 대다수 20~50대인데 백신 인센티브? 있으나마나”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1차로 밥을 먹고 2차로 술 마시러 오는 시간이 8시인데 영업을 9시까지로 제한해버리면 누가 와서 1시간만 마시고 가냐고요. 안 그래요?”

정부가 20일 식당·카페의 경우 4단계 지역에서 영업시간을 밤 9시까지로 제한한 것과 관련해 서울 남대문로에서 돈까스·호프집을 운영하는 어금용(64, 남)씨가 격분하며 이같이 말했다.

어씨뿐 아니라 이날 남대문로에서 만난 식당 사장들은 강화된 방역조치로 인해 어려움이 더 커졌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영업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폐업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인테리어비와 권리금 때문에 여태까지 버텨왔는데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식당사장도 있었다.

30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해오고 있다는 어씨는 “권리금·인테리어 비용 포함해 2억원 넘게 들였는데 매달 600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며 “매달 월세가 230만원씩 나가고 인건비에 재료비까지 더해 지출이 늘어 대출로 돌려막기하고 있는데, 이번에 강화된 방역조치로 이제는 정말 장사를 못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는 “권리금이 많이 올랐으나 지금 폐업하면 아무도 그 돈에 인수하려 하지 않아 돈 한 푼도 못 받는다”며 “그렇다고 계속 적자를 보면서 영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접종 완료자에 대해 저녁 6시 이후로 4인까지 허용되는 조치에 대해선 “이건 뭐 생색내기 수준”이라며 “여기 오는 손님들 대다수가 20~50대 연령층인데 이제 겨우 1차 접종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아무 상관없는 조치”라고 혀를 내두르며 비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 중인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가게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정부는 내일(20일) 다음주부터 적용될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6주째 거리두기 4단계가, 비수도권에서는 한 달째 3단계가 시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 중인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가게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정부는 내일(20일) 다음주부터 적용될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6주째 거리두기 4단계가, 비수도권에서는 한 달째 3단계가 시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19

81세인 큰오빠와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귀순(가명, 70)씨도 “저녁 장사는 다 했다고 본다”면서 “밤 10시까지만 운영해도 손님을 못 받는 경우가 있는데 9시까지 제한하면 ‘장사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이제는 정말 장사를 접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나마 거리두기 3단계 때에는 저녁에 4인까지 모여 술도 마시고 하니 매출이 하루 40만원 정도 됐다”며 “하지만 4단계로 격상되고 나서 매출이 10만원으로 줄었고 어떤 날에는 저녁에 한 팀도 못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방역조치가 갈수록 강화되니 매출은 점점 줄어 종업원 5명을 내보내고, 현재는 아침에 반찬만 해주는 사람 2명만 고용해 함께 일하는 입장”이라며 “아침 이후론 오빠랑 나랑 일하고 있다. 또한 3000만원 대출과 3달치 월세가 밀려 1200만원을 더 갚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권리금 때문에 지금까지 버텼는데 지금 폐업해도 길바닥에 나가 앉을 상황이다. 정부는 상인들이 죽는다고 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며 “낮에는 4인까지 허용하면서 저녁에는 왜 2인으로 제한하는 건가. 코로나19는 밤에만 돌아다니고 낮에는 잠잠한가”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김씨는 백신 인센티브에 대해선 “백신 접종했는지 어떻게 일일이 손님에게 물어보냐”면서 “물어보면 나 같아도 기분 나빠서 가게를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 호프집에서 일하는 박지완(28, 남)씨는 “거리두기 4단계 이후 매출이 엄청 줄어든 상태인데 연휴가 끝나도 손님이 오지 않아 고민”이라며 “(밤 9시 영업제한) 뉴스를 접하고 당장 대표와 이야기해야할 상황이다. 가게를 휴업해야 할지도 모른다. 복잡하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우리 가게가 술을 주로 팔고 있는데 이젠 술을 파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것”이라며 “밤 9시까지만 영업하라고 하면 그냥 술을 팔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4단계 이후 가게 매출이 6분의 1로 줄어 하루 평균 15만원을 벌고 있다는 박씨는 “업종 변경이라도 해서 잘 되면 다행이지만 안 됐을 때는 문제가 더 커진다”며 “지금은 장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같이 심각하다보니 ‘자포자기’ 심정이라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윤기준(가명, 49, 남)씨는 “이제는 ‘그냥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이러한 대책이 효율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9시 영업제한이나 10시 제한이나 (방역적인) 효과에서는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며 “하지만 매출에는 타격이 없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 중인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식당 테이블이 비어 있다.정부는 내일(20일) 다음주부터 적용될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6주째 거리두기 4단계가, 비수도권에서는 한 달째 3단계가 시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 중인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식당 테이블이 비어 있다.정부는 내일(20일) 다음주부터 적용될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6주째 거리두기 4단계가, 비수도권에서는 한 달째 3단계가 시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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