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동월 대비 0.3%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 가격이 6.4% 상승했다. 장마에 따른 출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채소류가 16.3% 상승하며 농산물 가격이 4.9% 올랐다.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8.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가공식품·신선식품 줄인상

서민제품 라면도 가격인상

계속되는 폭염 영향 본격화

우유↑ 예고, 관련제품 인상 불가피

국민지원금이 소비자물가 자극 우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야채나 과일 같은 신선제품은 물론 라면‧햄 등의 공산품까지 일제히 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이어 계속되는 폭염 영향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대부분 제품들의 가격이 날이 바뀔 때마다 멈출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특히 채소류의 가격이 눈에 띄게 급등했다.

3일 기준 도매가격(중도매인 판매가격)으로 피망은 10㎏에 1만 2860원으로 전날보다 17.3%나 올랐다. 파/대파는 1㎏에 1309원으로 전날대비 16.2% 올랐다. 뿐만 아니라 배추/고랭지는 10㎏ 1만 820원(12.8%), 양배추 8㎏ 9212원(11.0%), 시금치 4㎏ 4만 9580원(15.4%), 무/고랭지 20㎏ 1만 5240원(8.9%), 풋고추/청양고추 10㎏ 4만 6000원(8.5%)으로 가격이 계속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과일 중에서는 참외가 10㎏ 3만 8420원으로 6.7% 뛰었고, 2만 4천원대까지 올랐던 수박(1개)은 2만 2760원(-3.7%)으로 조금 떨어졌다. 수박은 한 달 전만 해도 1만 8천원대에 거래됐으나 현재 30% 이상 올랐다.

이같이 과일과 채소류의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폭염 영향이 크다. 폭염으로 인한 일소(日燒: 강한 햇빛에 오랜 기간 노출된 농작물이 화상을 입는 것) 피해가 커지면서 채소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라면‧과자‧햄 등의 공산품도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연초부터 즉석밥, 두부, 통조림 등의 가격이 인상됐는데, 최근에는 대표적인 서민제품으로 꼽히는 라면도 업체들도 버티지 못하고 인상 단행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이달 1일부터 진라면 등 주요 라면 제품 가격을 평균 11.9% 인상했다. 농심은 오는 16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라면의 출고 가격을 평균 6.8% 올린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일부터 스팸 같은 햄‧소시지 같은 육가공 제품 20여종의 가격을 평균 9.5% 올렸다. SPC삼립은 지난 3월 전통크림빵, 신선꿀호떡 등 양산빵 20여종의 가격을 평균 9% 올렸다. 풀무원도 올해 들어 두부, 콩나물, 떡 등의 가격을 인상했다.

공산품의 물가가 급등하는 것 역시 폭염 영향이 크다. 지난달에만 폭염으로 인해 돼지‧오리·닭 등의 가축이 22만 8000여 마리나 폐사됐다. 해외에서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주요 농산물 생산국이 기상 이변으로 작황이 부진하면서 밀‧옥수수 등의 곡물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이들 곡물가격과 고기를 주요 재료로 사용하는 가공품 가격이 치솟는 이유가 되고 있다.

과자들도 각종 원부자재 가격 급상승에 따라 인상되고 있다. 해태제과가 이달 1일부터 홈런볼, 맛동산 등 주요 5개 제품군 가격을 평균 10.8% 인상키로 결정했다. 롯데제과, 농심, 오리온 등 국내 대표 제과업계도 제품 가격 인상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낙농가의 원유(原乳) 가격 인상에 따라 우유제품의 가격 인상도 예상된다. 우유 가격이 인상될 경우 치즈와 아이스크림, 빵 등 우유를 사용하는 주요 제품군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 압박은 먹거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국제유가 급등 여파에 전년 동기 대비 8.6% 급등했다. 이는 2011년 10월(8.9%) 이후 10여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국내공급물가지수는 국내에 출하되거나 수입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표다. 1차 금속, 화학제품을 비롯한 중간재와 원유, 곡물과 같은 원재료 등 1125개 품목을 대상으로 산출한다.

공급물가 상승세는 올 2분기 이후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지난 1월만 해도 -1.2%에 그쳤지만 4월(6.6%)을 기점으로 급격히 치솟기 시작했다. 5월(8.5%)과 6월(8.6%) 연달아 8%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 같은 배경에는 지난해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에 최근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요인이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11일 오후 5시경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중장년층이 가정간편식(HMR) 코너에서 죽, 탕, 컵반 등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3
서울의 한 대형마트 가정간편식(HMR) 코너에서 죽, 탕, 컵반 등의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의 압박도 심해지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2.6%로 급등해 4개월째 2%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휘발유(19.3%), 경유(21.9%), 자동차용 LPG(19.2%), 공동주택 관리비(6.2%), 보험서비스료(9.6%)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0.6%에서 2월 1.1%, 3월 1.5%, 4월 2.3%, 5월 2.6%, 6월 2.4%로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또한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는 1.8% 상승했다. 2분기(4~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5% 올랐는데, 이는 2012년 1분기 3% 상승한 후 9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당초 소비자물가는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상승폭을 다소 줄일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지만 7월 들어서도 2.6%를 나타내는 등 연중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추석명절을 앞두고 지급이 예상되는 상생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이 가뜩이나 높아진 소비자물가를 더 자극시킬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처럼 속절없이 급등하는 밥상 물가로 인해 재난지원금을 받는다고 해도 서민들의 시름은 계속 깊어질 전망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동월 대비 0.3%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 가격이 6.4% 상승했다. 장마에 따른 출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채소류가 16.3% 상승하며 농산물 가격이 4.9% 올랐다.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8.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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