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고삐 풀린 집값 상승으로 인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시기가 외통수에 몰리고 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서민 체감물가 점점 심각 수준

인플레 우려, 인상시계 빨라져

코로나 확산 경제충격이 ‘걸림돌’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치솟는 물가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집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시계가 더욱 빨라지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어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소비자물가는 2.6% 상승해 9년여 만에 최고치였던 5월(2.6%) 오름폭과 같았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0.6%에서 2월 1.1%, 3월 1.5%, 4월 2.3%, 5월 2.6%, 6월 2.4%, 7월 2.6%로, 한은의 물가 관리 범위인 2%대의 고공행진이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실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생활물가지수는 4월(2.8%), 5월(3.3%), 6월(3.0%), 7월(3.4%) 연속 고공행진하고 있고, 밥상 물가를 좌우하는 농·축·수산물 물가는 최근 4개월간 상승 폭이 10% 안팎에 달한다. 농·축·수산물 중에서는 주식인 쌀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3%, 수급이 불안한 달걀은 57%, 고춧가루는 34.4%, 마늘은 45.9% 각각 뛰었고 돼지고기도 9.9%나 올랐다. 공업제품 가운데서는 국제유가 급등 영향으로 휘발유 가격이 19.3% 뛰었고, 빵값도 5.9% 상승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대표적 서민 제품인 라면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미 오뚜기는 밀가루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라면값을 평균 11.9% 올렸고, 농심도 뒤를 이어 오는 16일부터 라면 가격을 평균 6.8%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우유 또한 낙농업계가 이달부터 원유 가격을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올리면서 뛸 것이 예상되고, 관련 제품인 커피, 치즈, 아이스크림 등 연관 식품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이 유력하다. 점점 인플레이션(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현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소비자물가는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상승폭을 다소 줄일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지만 7월 들어서도 2.6%를 나타내고 있어 정부나 한은으로선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게다가 추석명절을 앞두고 지급이 예상되는 상생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이 가뜩이나 높아진 소비자물가를 더 자극시킬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작년에 물가가 낮았던 기저효과가 걷히면서 하반기엔 물가가 다소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는 데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등 34조 9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집행할 경우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동월 대비 0.3%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 가격이 6.4% 상승했다. 장마에 따른 출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채소류가 16.3% 상승하며 농산물 가격이 4.9% 올랐다.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8.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물가상승뿐 아니라 집값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금리인상의 명분을 주고 있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값은 9.97% 상승하며 지난해 연간 상승률(9.65%)을 넘었다. 수도권 아파트값도 12.97% 올라 작년 연간 상승률(12.51%)을 추월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2002년(16.48%) 이후 19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이 때문에 다급해진 정부는 지난달 28일 부동산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집값 거품이 곧 빠질 것이라며 매수에 신중하라는 경고만 날렸고,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진 못했다. 결국 집값을 잡을 별다른 대책을 못내놓는 가운데 금리인상카드가 그나마 집값 안정을 기대할 수 있는 정부의 ‘최후 카드’로 꼽히고 있다.

이같이 물가 수준이나 부동산 시장의 광풍을 감안하면 8월 혹은 10월에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15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나온 상황이다. 다만 채권시장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의 경제 충격을 들어 이달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와 한은과 정부가 가계대출 급증과 부동산 광풍을 화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견으로 팽팽하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데다 금리인상이 될 경우 대출로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와 가계 등의 취약 계층의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진 인상보단 동결에 좀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해외에서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외국인 자금유출과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연내 금리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면서 “다만 아직 코로나19 확산세가 있기 때문에 인상시기는 백신접종과 보급이 어느 정도 이뤄진 후가 적절할 것으로 보이며, 0.25~0.5%p 정도 인상하더라도 기준금리가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경제에는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인상은 꼭 필요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인상이어야지, 집값을 잡기 위한 인상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의 아파트 절반이 5억원 이상이라는 통계가 26일 발표됐다. 또 서울의 소형아파트 평균매매값이 8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집값상승이라는 사회적 아젠다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남산타워에서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는 남성.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의 아파트 절반이 5억원 이상이라는 통계가 26일 발표됐다. 또 서울의 소형아파트 평균매매값이 8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집값상승이라는 사회적 아젠다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남산타워에서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는 남성.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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