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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광풍이 불고 있다. 그 중 한국의 코인 광풍은 단연 세계 최고다. 최근 아로와나는 한국에만 상장됐다. ‘빗썸’에 50원에 상장된 아로와나(ARW) 코인(coin)은 30분 만에 1075배나 폭등해 100만원을 투자하면 10억 7500만원이 됐다. 한국 4대 거래소 상장 코인은 559개로 일본의 29개, 미국 코인베이스의 58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업비트, 빗썸 등 4대 거래소는 매일 100억원대의 수수료를 먹는다. 도지(Doge)코인은 한국의 거래가 전 세계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상화폐 투자자는 511만명에 달하며 금년에만 400만명이 늘었다. 하루 24시간 밤낮 구분 없이 돌아가는 이 투기판에 하루 30조원이 거래되는 날이 많다.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 대금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이고 유럽연합(EU), 일본을 압도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이 단연 세계 1위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고 거래의 60%를 차지한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비트코인 투자 상품 출시, 기업들의 암호화폐 매입 등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투자자산으로 인정해 증시(CME)에 선물상품을 내놓고, 코인베이스라는 가상화폐거래소를 상장시켜 제도화했다. 일본은 거래소를 인가제로 하고 코인 상장 시 심사위원회가 불량 코인은 골라낸다.

한국은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조차도 없다. 지난 3월에야 특별금융정보법을 발효시켜 오는 9월 24일까지 은행 실명 계좌 확보, 자금세탁 방지의 의무를 거래소에 부과했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 장치는 없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는 금융상품이 아니므로 보호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내년부터 가상화폐 채굴비를 제외하고 250만원 이상 이익에 대해 20% 과세할 방침이다.

가상화폐 투자자가 늘고 산업이 커지면서 신종 범죄도 늘고 있다. 투자 열기와 더불어 계좌 추적이 어려운 가상화폐 특징을 활용한 범죄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해 태도를 명확히 하지 않는 동안 범죄 양상이 더욱 다양해졌다고 한다. 가상화폐와 관련한 신종 범죄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정부가 가상화폐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처벌 규정이 없어 혼선을 빚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정부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분리해 전자는 육성 대상으로, 후자는 사기나 도박으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블록체인을 미래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로 탄생한 가상화폐도 시세 조작 등 사기행각은 엄벌하되 제도적으로는 육성해야 블록체인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제2 인터넷 시대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인터넷이 중앙집권화된 경제 체제라면 미래의 가상화폐 경제는 탈중앙화된 독점의 폐해를 방지하는 개인 간 개인(P2P) 경제인데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현재의 인터넷 경제에서 가상화폐 경제로 빨리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행히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가상자산의 제도화에 대해 “400만 명 이상이 거래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알아서 하라고 방치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했다. 차제에 정부는 가상화폐를 투기판에 머물지 않도록 일자리와 소득을 보장하고 사회 안정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정부는 가상화폐를 부정할 게 아니라 입법을 통해 제도화하고 감독과 규제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블록체인 육성, 가상화폐를 무시하는 정책은 수정해야 한다. 또한 범죄에 이용되는 일을 막도록 일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 마련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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