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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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대량생산 시대가 열렸다. 증기기관을 활용한 기계 덕분에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직물공업의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올랐다. 그러나 기계가 직물공장의 노동자들을 대체하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반발이 일어났다. 1811년부터 7년여간 영국 중북부 공업지대에서 노동자들이 닥치는 대로 직물기계를 파괴하는 운동인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일어났다. 하지만 산업혁명의 큰 흐름은 막을 수 없었다.

1860년대 영국에서 혁명적 이동수단으로 증기자동차가 등장했다. 당시 마차를 몰던 마부들은 일자리를 잃고 마차 관련 산업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들의 일자리와 마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1865년 ‘적기조례(赤旗條例: Red Flag Act)’를 제정했다. 한 대의 자동차에는 반드시 운전사, 기관원, 기수 등 3명이 있어야 하며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차를 인도하도록 했다. 차가 마차보다 빨리 달리지 못하도록 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시외 6.4km/h, 시내에서는 3.2km/h로 제한했다. 이러한 규제 탓에 결과적으로 산업혁명의 발상지였던 영국은 자동차를 가장 먼저 만들고도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독일·미국에 넘겨줬다.

앞으로는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10년 내 차 관련 일자리가 최대 25% 급감한다고 한다.

내연기관 차 부품은 2만 5000여개에 달하지만 엔진이 필요 없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1만~1만 5000개 정도다. 일자리 쇼크가 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1979년 150만명이던 미국 자동차 노조(UAW) 조합원 수는 현재 40만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UAW 자체 조사에서 조합원 수는 곧 36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향후 5년간 미국시장에 74억 달러(한화 8조 1417억원)를 투자해 전기자동차를 현지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치열한 국제적인 생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현대·기아차 노조는 변화를 거부하고 전기차의 온라인 판매와 미국 현지 생산을 반대하면서 현 정년을 65세로 연장해달라고 주장한다. 영국에서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과 ‘적기조례’가 떠오른다. 현재의 국제 상황과 글로벌 차 시장의 불가역적 재편을 고려할 때 노조가 결사반대 하더라도 변화의 흐름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구조조정과 직원 재교육과 일자리 전환이 발등의 불이다. 노사가 협력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노조에서 “정의선 회장은 국내 공장 투자로 청년 실업 해소, 고용안정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해외공장이 우선이 아니라 3만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국내공장 전기차·수소차 조기 전개, 핵심부품 국내공장 내 생산을 위한 구체적 방안 제시가 최우선”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또한 정부도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에 44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업계와 경제계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첨단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대규모 해외투자는 국내 투자와 일자리 감소 등 우리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기업의 국내 복귀와 국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에 만연한 반(反)기업 규제를 혁파하고 과중한 세금 부담도 낮춰 기업하기에 좋은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에 채워진 족쇄를 조속히 풀고 오히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고 국내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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