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함평=김미정 기자] 함평해수찜을 5대째 이어온 강원웅 대표가 유황돌을 굽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1
[천지일보 함평=김미정 기자] 함평해수찜을 5대째 이어온 강원웅 대표가 유황돌을 굽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1

“장인정신으로 5대째 이어”
유황돌과 소나무 진이 만나
해수를 산성에서 알칼리성化
산후통 등 만성질환에 효과

[천지일보 함평=김미정 기자] 전남 함평군 손불면에 있는 함평해수찜은 해수에 1300도로 달군 유황석을 넣고 거기서 나온 증기로 몸을 데우는 방식의 찜질이다. 물에 적신 수건을 이용해 목이나 어깨를 감싸며 찜질의 효과를 더한다. 

지난해 4월 SBS ‘미운우리새끼’에서 이상민 탁재훈이 방문해 더 유명세를 탔다. 200년 전통방식을 5대째 이어오고 있는 데다, 탁월한 효능에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나 으슬으슬 추운 날일수록 사람들이 붐빈다. 특히 4월이면 함평나비축제와 함께 단체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함평해수찜은 현재 신흥해수찜과 주포해수찜 두 곳만이 남아있다. 함평해수찜은 생긴 지 200년이나 됐으며 세종실록의 도자기가마를 이용한 한증법을 계승 발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함평해수찜은 바닷물에서 끌어온 정제된 해수에 약초와 달궈진 유황돌을 넣어 그 물을 수건으로 적셔 찜하는 방식이다. 물이 식으면 족욕 등을 할 수 있어 온천과 약찜의 효능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달궈진 유황돌은 알칼리염을 생성해 살균작용과 피부질환 및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운우리새끼'에서 함평 해수찜 여행을 즐긴 이상민, 탁재훈. (SBS ‘미운우리새끼’ 방송화면 캡처) ⓒ천지일보 2019.2.21
‘미운우리새끼'에서 함평 해수찜 여행을 즐긴 이상민, 탁재훈. (SBS ‘미운우리새끼’ 방송화면 캡처) ⓒ천지일보 2019.2.21

◆“직접 재배한 쑥을 약초로 사용”

함평해수찜은 손불면 바닷가 바로 옆에 있다. 바다에서 해수를 바로 끌어다 사용한다. 함평해수찜의 특징은 함께 간 사람들이 한 방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인이 들어갈 수 있는 2인실부터 가족이 들어갈 수 있는 4인실, 6인실, 단체가 들어갈 수 있는 방 등 크기가 다양하다. 

기자가 간 날에도 서울, 영광,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찾아왔다.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온 김명철(가명, 60대)씨는 “예전에는 자주 왔었다. 겨울에 생각나면 온다”며 “멀지만 이렇게 하는 해수찜은 여기밖에 없다. 다른 곳은 바닷물로 하는 사우나씩”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황돌로 게르마늄 식으로 하는 곳은 여기밖에 없는데 트러블 있는 사람들도 여기 오면 나았다. 예전에는 저녁에 찜하고 아침에도 하면 숙식을 제공해 줬었는데 지금은 안되는 것 같다. 이틀 연달아서 하니까 그때가 좋았다”고 회상했다. 

가족이 들어가는 방을 따라 함평해수찜이 진행되는 과정을 살펴봤다. 나무 데크로 짜진 방 중간에 네모난 탕이 있다. 가족들은 탈의실에서 해수찜에서 제공하는 옷으로 갈아입고 가족찜질방으로 들어갔다. 찜질방에는 해수로 채워진 탕 안에 약초 주머니가 들어있고 그 위에 짚으로 짜진 가마니가 덮여 있다. 

함평해수찜을 5대째 이어온 강원웅 대표는 “예전에는 산모초를 사용했었는데 구하기 어려워 지금은 직접 재배한 쑥을 약초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종자를 가져와 심어 키워서 사용하는데 일반 쑥과 다르다. 향이 독특하다. 장마 전에 바로 채취해서 말려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또 “1년에 두 번 채취하는데 말리는 과정에 비가 오면 끝이다. 하늘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말린 쑥을 보관해 둔 창고에서 쑥 향을 맡아보니 체증이 내려가는 것처럼 시원한 향이다. 

[천지일보 함평=김미정 기자] 네모난 탕안에 짚으로 만든 가마니가 덮여 있다. ⓒ천지일보 2019.2.21
[천지일보 함평=김미정 기자] 네모난 탕안에 짚으로 만든 가마니가 덮여 있다. ⓒ천지일보 2019.2.21

물 위를 덮는 짚으로 만든 가마니도 볼 수 있었다. 강 대표는 가마니에 대해 “옛날에는 화장지 대용으로 짚을 썼는데 항균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선조들의 지혜가 버릴 것 하나 없다.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이 오순도순 찜질방에서 얘기를 나누는 사이 그가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그는 “물이 80도에 달하기 때문에 절대로 물에 먼저 들어가거나 물을 몸에 바로 부어서는 안 된다”며 “유황돌을 넣고 나면 물이 산성에서 알칼리수로 변한다. 수건을 물에 적신 후 뜨거우니까 손으로 짜지 말고 바구니로 짜서 아픈 부위에 수건을 덮어 찜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제한된 시간은 없다. 물이 찜질방을 나갈 시간을 알려준다. 2시간 정도 되면 물이 식는데 그때 족욕을 하거나 온몸에 물을 부어 온천을 즐기고 마른 수건으로 물을 닦으면 된다. 샤워를 하면 효과가 없으니 샤워는 다음날 하길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잠시 후 소나무 장작에 달궈진 유황돌을 삽으로 가져와 탕 구석에 가만히 넣는다. 유황돌을 넣는 순간 물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금새 찜질방이 수증기로 가득 찼다. 바로 옆 사람 얼굴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천지일보 함평=김미정 기자] 이곳 해수를 끌어다 정제과정을 거쳐 해수찜에 사용한다. ⓒ천지일보 2019.2.21
[천지일보 함평=김미정 기자] 이곳 해수를 끌어다 정제과정을 거쳐 해수찜에 사용한다. ⓒ천지일보 2019.2.21

◆“소나무만 사용, 돈 보곤 못해요”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함평해수찜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곳에 해수찜이 있게 된 이유에 대해 강 대표는 “바다 아래에 유황돌이 깔려 있다”며 “옛날에는 여기 있는 돌을 사용했으나 지금은 강권(국가 행정 권한)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멀리 영산강 인근에 여기에서 사용했던 돌과 비슷한 유황돌이 있어 지금은 거기에서 사 와서 사용한다”고 했다. 

가져온 유황돌은 소나무 장작에 구워진다. 강 대표는 “나무도 공급해 오는 것이 쉽지 않다”며 “참나무는 안되고 반드시 소나무여야 한다. 소나무의 송진에서 가스가 나오는데 이 송진이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소나무를 지펴 그 위에 유황돌을 올리면 벌겋게 달아오르는데 1400도까지 올라간다. 그러면 소나무 진과 유황돌이 만나 마치 인절미처럼 저희끼리 달라붙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데워진 유황돌은 일일이 삽으로 떠 해수찜방으로 퍼 나르게 된다. 그는 “장인정신으로 하는 것이지 돈 보고는 못 한다”며 “5대째 이어오고 있지만, 더 이어가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해수찜은 365일 연중무휴다. 쉬지 않고 해수찜을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강 대표는 “전국에서 손님이 오는 데 문이 닫혀 있으면 안 되지 않냐”며 “지금까지 부모님 돌아가신 날 외에 쉬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약초로 사용하는 쑥을 직접 키우고, 가져온 유황돌은 직접 다시 쪼개어 사용한다. 소나무도 1자 반씩 네 토막으로 잘라 사용하는 등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함평해수찜. 
그래서일까. 사계절 내내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추운 겨울이면 찾는 손님이 더 많다. 입춘은 지났지만, 날씨가 아직 쌀쌀하다. 신경통, 산후통, 관절염, 피부염 등 만성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소문난 함평해수찜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며 건강도 챙겨보길 추천해 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