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마지막까지 수능 성적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수험생의 노고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수능이 끝났어도 쉴 짬이 없다. 수험생의 입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논술과 면접, 정시모집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숨 돌릴 틈 없이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수능이 끝나자마자 가채점을 하고, 점수에 따라 정시 지원 대학을 계산하며 남은 수시 전형 응시 여부를 판단한다. 점수가 높으면 정시에 집중하고, 낮으면 수시 논술과 면접에 매달린다. 성적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현실에서 ‘교육의 의미’는 점점 사라진다.
15일부터는 주요 대학들이 줄줄이 논술고사를 연다. 건국대, 경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가 시작을 알리고, 이튿날에는 고려대, 서강대, 동국대 등이 이어진다.
17일부터는 중앙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전국의 대학이 시험을 치른다. 입시 달력은 한순간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고 빽빽한 일정으로 가득차 있다. 학생들은 전국을 돌며 시험장을 전전할 수 밖에 없다.
면접 일정도 숨가쁘기는 마찬가지다. 연세대‧서울대‧건국대‧경희대 등 주요 대학의 면접이 11월 하순부터 12월 초까지 이어진다.
대학마다 일정과 형식이 달라 수험생과 학부모는 행정 전문가처럼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 교통비와 숙박비‧사교육비는 덩달아 치솟는다. 지방 학생은 불리하고, 수도권 학생은 유리하다. 공정해야 할 입시가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교육당국은 매년 “단순화된 입시” “공정한 평가”를 약속하지만 현실은 더 복잡해져만 간다. 수시‧정시‧논술‧학생부종합 등 이름만 다른 전형들이 수험생의 삶을 조각내고 있다.
누구도 전체 구조를 책임지지 않는 가운데, 학생은 스스로 전략가가 되고, 부모는 매니저로 변한다. 교육의 본질은 사라지고 생존 경쟁만 남았다.
대학입시는 단순한 선발 과정이 아니라 사회의 가치를 비추는 거울이다. 시험이 인생 전체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입시는 지식의 시험이 아니라 체력과 경제력의 시험이 되어가고 있다.
부모의 정보력과 재력에 따라 ‘공정’은 쉽게 기울고, 학생의 노력은 제도 속에서 희미해진다. 교육의 이름으로 청춘을 소모시키는 이 구조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
정부와 대학은 입시의 복잡성과 불평등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수능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경쟁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공정한 사회’는 허울 좋은 말에 불과하다. 교육이 다시 사람을 위한 과정이 되려면 지금의 입시 달력부터 새로 써야 한다. 학생들에게 청춘의 시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