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총장을 포함한 모든 검사를 국회 탄핵 없이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과 검사징계법 폐지안을 전격 발의했다. 이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을 ‘항명’으로 규정하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입법을 동원하는 모양새다.

현행 검찰청법은 1949년 제정 당시부터 탄핵·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아니면 검사를 파면하지 못하도록 신분보장을 명시해 왔다. 민주당은 이 같은 법조문을 고치고 검사징계법도 폐지해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쉽게 파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반 공무원과 동일하게 취급해 장관의 징계만으로 파면할 수 있도록 한다면 검찰권은 행정부 권력 아래로 사실상 종속된다.

이번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의 핵심은 검찰이 독자적 판단을 했느냐는 점이다. 법무부 수뇌부의 “신중히 하라”는 메시지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권 핵심부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현 정권은 지우려 하고, 검찰은 지울 수 없어 부대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의심은 이미 단순한 의혹 단계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여당은 외압 규명보다 내부 반발 진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정치적 의도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여론 역시 여당의 주장과 거리가 있다. 최근 천지일보 여론조사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가 ‘부적절한 결정이었다’는 의견이 45.4%로 ‘적절하다(38.8%)’보다 높았다. 이는 사건의 진실 규명과 관련한 국민의 우려가 크다는 뜻이며, 여당이 강공 드라이브로 사태를 밀어붙일 명분이 약하다는 신호다.

내년 10월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 체제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지금 ‘검사 파면법’까지 입법으로 밀어붙이는 이유는 더욱 석연치 않다. 개혁이란 이름으로 검찰 권한을 제한하더라도 사법기관의 독립성까지 흔드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어긋난다. 특히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현 정권이 검사 파면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을 주도하는 것은 더 큰 정치적 오해를 불러올 여지가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외압 의혹을 투명하게 규명하고, 검찰의 판단이 왜곡됐다면 그 책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제쳐두고 검사 신분제도까지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입법 공세는 민주주의 원칙과 사법 독립을 위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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