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싼 외압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가 서로 다른 말을 내놓으면서 권력의 개입 여부를 가르는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책임 있는 자리에 있던 이들이 “내 잘못은 없다”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는 모습은 검찰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처음 “법무부 의견을 참고했지만 최종 결정은 내 책임 하에 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뒤 “법무부 이진수 차관이 사실상 항소 포기를 요구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이 차관은 “그럴 이유가 없고, 지휘권 행사도 아니다”고 부인했다. 서로의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가가 이번 사태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노 대행은 “이 차관이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고, 모두 항소 포기를 전제한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만약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는 검찰청법이 금지한 직접 수사지휘에 해당한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만이 검찰총장을 통해 구체적 사건을 지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차관이 ‘선택지’를 제시하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명백한 월권이며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검찰 지휘부가 그런 외압을 알고도 따랐다면, 검찰 독립성이 크게 훼손된다는 사실이다. “검찰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항소 포기를 지휘했다”는 노 대행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검찰을 살리는 길은 권력의 입김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부당한 개입을 수용했다면 그것은 ‘검찰을 살린 것’이 아니라 ‘검찰의 자존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법무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장관은 국회에서 “항소에 반대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차관의 언행이 사실이라면 이는 장관의 지시 여부와 상관없이 조직적 관여로 해석될 수 있다. 사전에 조율된 통화가 있었다면 그 과정 자체가 불법일 가능성도 있다.

노 대행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사람의 사퇴로 끝낼 일이 아니다.

노 대행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법무부는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책임을 져야 하고, 거짓이라면 검찰 최고위 간부가 허위 진술로 국정을 혼란에 빠뜨린 셈이다. 어느 쪽이든 법적·도덕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권력의 입김이 검찰의 판단을 좌우했는지에 있다. 만약 항소 포기 결정이 외압의 결과라면, 이는 검찰 독립의 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수사와 기소 방향이 정해지는 현실이라면, 국민은 더 이상 법치주의를 신뢰할 수 없다. 법무부와 검찰은 통화 내용, 보고 경로, 결정 과정의 전말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검찰을 살리는 길은 침묵이나 충성이 아니라, 진실과 원칙이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공직자의 마지막 의무이며 국민 앞에 서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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