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상속세 공제 현실화 착수
동거주택 공제, 논의 테이블에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본회의에서 ‘방송4법·노란봉투법·민생회복지원금법’ 재표결을 마치고 부결을 선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9.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본회의에서 ‘방송4법·노란봉투법·민생회복지원금법’ 재표결을 마치고 부결을 선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9.26.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정부와 여당이 이번주부터 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 절차에 공식 착수한다. 상속세를 전면 개편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진 못하더라도, 공제 제도를 손질하는 이른바 ‘원포인트’ 개정은 연내 처리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9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번주 조세소위원회를 가동해 상속세 개정 방안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상속세 개정 논의는 당초 정부가 7월 말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에서 빠지면서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난 상태였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상속세 공제 한도 상향 필요성을 공개 언급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 대통령은 상속세 부담 완화를 거론하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문했다.

여당 내부 기류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최소한 정기국회에서 상속세 공제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데 이견이 없고 상속세 완화의 폭과 대상, 정치적 부담을 둘러싼 조정 문제가 남았을 뿐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국민의힘은 애초부터 상속세 부담 완화에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온 만큼 쟁점은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내부 정리와 ‘부자감세’ 프레임에 대한 대응 전략에 모아지는 양상이다.

논의의 출발점에는 ‘집 한 채 상속도 세금 폭탄’이라는 여론이 자리한다. 고가 주택이 늘어난 상황에서 1가구 1주택 실수요 가구조차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상속세를 내기 위해 생전 거주하던 주택을 급매로 처분하고 배우자가 생활 기반을 잃는 경우는 과도하다는 공감대가 여권 전반에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조세소위 관계자는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상속세 대상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하며 공제 제도 손질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현재로선 상속세 체계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거나 세율·과세표준 구조를 전면 재편하는 대수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대신 1997년 도입 이후 30년 가까이 사실상 방치돼 온 각종 공제 제도를 현실화하는 ‘부분 개정’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치적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도 실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지점부터 손대겠다는 계산이다.

핵심은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상향이다. 현행 상속세법은 피상속인 기준으로 5억원의 일괄공제를 적용하고, 배우자에게는 최소 5억원(또는 상속재산가액의 일정 비율)을 별도 공제한다. 그러나 집값과 자산 규모가 크게 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최근 일괄공제를 5억원에서 7억원으로, 배우자공제를 최소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세웠던 ‘일괄공제 8억원, 배우자공제 10억원’ 구상과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거주택 상속공제’ 확대 여부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 제도는 1가구 1주택을 보유한 피상속인이 사망할 경우 10년 이상 함께 거주한 자녀가 해당 주택을 상속받으면 최대 6억원을 추가 공제해준다. 급등한 주택 가격을 반영해 실질 거주·부양 관계를 인정하는 장치지만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고 배우자는 별도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여권 일각에서는 동거주택 상속공제를 배우자에게까지 확대하고, 공제 한도 역시 상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최근 동거주택 상속공제 대상에 배우자를 포함하고 최대 공제한도를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안도걸 의원안은 공제한도를 8억원으로 올리는 대신, 동거기간 요건을 10년에서 8년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 설계는 엇갈리지만, 고령 배우자와 실거주 가족에 대한 상속세 부담을 공제 확대 방식으로 경감해야 한다는 방향성에서는 대체로 교집합을 이루는 셈이다.

그럼에도 상속세 완화 논의는 ‘부자감세’ 공세와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지형을 안고 있다. 고액 자산가에게 과도한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이 될 경우 야당과 시민단체의 저항은 물론, 민심의 역풍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여당과 정부는 “집 한 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정”이라는 프레임을 앞세워 실수요·실거주 보호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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