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덕 한국농촌희망연구원장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다차원적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를 보면 소득 불평등은 어느 정도 나아졌지만, 사회 전반적인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자산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전체 불평등에서 자산이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고, 저소득-저자산 분위와 고소득-고자산 분위에 상대적으로 큰 비중의 인구가 분포돼 있어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다. 

양극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소득 상위 10%(10분위)의 연평균 소득은 2억 1051만원으로 집계돼,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 가구 간 소득 격차는 처음으로 연 2억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 성장률과 비슷한 상황으로 근로소득이 크게 증가할 여건이 아니며, 100만 자영업자 폐업 시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민 경제 상황 또한 녹록지 않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금과 은, 주식,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원인은 시장에 돈이 넘쳐나고, 향후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맞물려 투자자들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구분하지 않고 자금 투입을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최근 정부는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한 초강수 정책으로 궁극적으로는 현금 동원력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서민은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따라잡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근로를 통해 저축하는 속도보다 자산 가치 상승 속도가 빨라 자산 취득을 통한 자본 소득 기회를 얻을 수 없는 절망적인 구조에 놓여 있다. 그래서 이번 부동산 대책은 중산층과 실수요자의 진입 장벽까지 높이고 서민들의 부의 사다리를 차버린 형국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한편 최근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이 역대 최대치를 갱신해 왔다. 주식 시장도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수혜를 누리게 되고 주가 수익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게 돼, 결국 가진 자들이 자산 가격 상승의 수혜를 누릴 수밖에 없다. 결국 앞서 언급한 ‘다차원적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처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재산 불균형은 되돌리기 힘든 구조로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로 ​팔마 비율(Palma ratio)이라는 게 있다. 이 비율은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로, 소득 상위 10% 인구의 소득 점유율을 소득 하위 40% 인구의 소득 점유율로 나눈 값으로, 이 비율이 클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팔마 비율은 1.28로,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40%의 소득을 1.28배 압도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1.26)보다 높은 수치이며, 한국 사회의 소득 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그의 책, 21세기 자본에서 경고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금처럼 자본소득이 근로소득을 압도하는 ‘불평등의 구조화’는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사회 통합을 약화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를 야기해 국가 전체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본 이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노동의 가치가 정당하게 보상받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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