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덕 한국농촌희망연구원장

많은 사람은 일의 속박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을 꿈꾼다. 극단적인 절약 등으로 일반적인 은퇴 연령보다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누리려는 이른바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이 주요 사회 현상이 된 지 오래다. 

‘경제적 자유’는 단순히 돈이 많아지는 것을 넘어, 삶의 여러 영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도구다. 또한 삶의 주도권을 되찾게 하는 열쇠를 선물하기도 한다. 필자는 경제적 자유를 심리적 자유라 생각한다. 심리적 자유는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것으로, 이러한 가치는 바로 일 즉, 경제적 활동을 통해 실현된다.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당히 긴 기간 노동 시장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민연금 연구원이 만 50세 이상, 전국 5천여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예상 은퇴 시점을 평균 67세, ‘노후 시작 연령’을 69세로 답했다. 요즘은 경제적 이유로 완전히 은퇴하지 못하는 ‘반퇴(半退)’도 늘고 있다. 주위를 보더라도 70세 넘어서도 일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다. 정부의 정년 연장 논의와 맞물려, 앞으로는 더 길어진 삶 속에서 일을 지속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일은 어떤 의미일까? 미국의 조직심리학자이자 경영학자인 에이미 브제스니에프스키(Amy Wrzesniewski)는 “당신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을 통해 사람들의 일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을 ‘직업(job)’ ‘출세(career)’ ‘소명(calling)’이라는 세 가지 방식으로 분류했다. 17세기 영국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 건축에 얽힌 석공(石工) 이야기처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벽돌공, 벽을 쌓는 노동자, 또는 위대한 성전을 만드는 건축가 등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따라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의 말처럼 인생은 상황 때문이 아니라 의미와 목적이 사라졌을 때 견딜 수 없게 된다. 

‘유항산 유항심(有恒産 有恒心)’이라는 옛말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기본적인 의식주가 보장돼야 비로소 도덕과 예절을 논할 수 있다. 일은 바로 이러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수단이자, 자신을 지킬 정도의 경제적 자유를 얻는 기반이 된다. 

일을 할 때는 불만이 많지만, 적어도 불안은 덜하다. 반대로 일이 없어지면 불만은 사라질지 몰라도 불안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비록 일터에서 불만이 쌓일 때가 많지만, 막상 일이 없어지면 그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알프레트 아들러(Alfred Adler)는 행복을 사회적 관계에 얼마나 잘 통합되는가로 보았고, 이를 위한 세 가지 과제로 일, 사랑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제시했다. 이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행복한 삶의 열쇠라고 믿었다. 

한편 톰 래스와 짐 하터의 저서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에서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다섯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했다. 이들은 직업, 사회적 관계, 경제, 신체, 그리고 공동체에서의 행복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진정한 행복에 다다를 수 있다고 보았다.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목적이 담겨 있다. 경제적 자유를 확보해 은퇴하고 심리적 자유를 얻는다 해도, 진정한 행복에 이르기 위해서는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이라는 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와 성취감을 느끼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소속감과 연결성을 확보해야 한다. 하는 일이 없으면 스스로 조용한 절망감에 갇힐 수 있다. 따라서 행복한 삶과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를 계속해서 이어 나가면서 일한다는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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