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덕 한국농촌희망연구원장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올해 673조원보다 8.1% 증가한 728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감안해 일시적인 재정 건전성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경기 부양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과감한 재정 투자를 우선시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로 풀이된다. 참고로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보건·복지·고용 분야와 일반행정 관련이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 지출은 재정 승수 효과를 통해 총수요를 증대시키며,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이든 정부의 직접적인 공공 지출이든 필연적으로 통화량의 증가를 수반해 시장 유동성을 확대시킨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인 현상”이라는 했던 것처럼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예산 확대는 경기 부양 효과를 내어 경제 활동을 활성화하고, 이 과정에서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Demand-pull Inflation)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통화량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돈의 구매력을 하락시킨다.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돈의 가치(내재적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등으로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이 미국의 물가 상승률보다 높다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미국에서 생산된 것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싸져, 원화의 대외 가치가 하락해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2024년 12월 기준 통화량 증가율은 6%대 후반으로, 2023년 후반 이후 2%대 초중반에서 다소 높은 수준인 반면, 미국은 2025년 1월 기준 통화량 증가율은 3.9%로, 우리나라 통화량 증가 속도가 훨씬 크다. 최근 환율 상승도 양국의 금리 격차 등과 함께 통화량 증가가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9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올해 9월 광의통화(M2)는 역대 최대치로 6개월째 증가세였다. 이러다 보니 국내 통화량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은 곧 국내의 통화인 원화의 가치가 하락(환율 상승)을 의미한다.
한편 로마제국 시대에는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에 니켈과 구리 같은 비금속을 섞어 동전의 액면가를 유지한 채로 동전 자체의 내재적 가치를 하락시켰다면, 요즘은 정부가 대규모 국채 발행 등이 통화량을 늘려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장기적으로는 성장 동력과 사회 안정을 확보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돈의 가치 하락(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주식, 부동산, 금 등 자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산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확장 재정 정책은 정부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고 그 재원은 대부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이는 국채 수요 증가로 금리 상승을 유발한다. 이 상승한 금리는 기업과 가계의 차입 비용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민간 투자 및 소비를 위축시키는 구축 효과를 발생시키고, 이는 자산 시장에 부담을 주게 된다. 늘어난 통화량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자산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만약 이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되면, 중앙은행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금리 인상은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의 급락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재정 확대의 잠재적인 위험 요인까지 고려한 신중한 투자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