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16년 만에 최장 하락
제조·건설업 부진에 일자리↓
경력직 위주 채용도 영향 미쳐
장기백수 청년도 40만명 안팎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5.10.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5.10.11.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청년층 고용률이 17개월 연속 떨어지며 16년 만에 가장 긴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양질 일자리 부족, 경력직 위주 채용 등으로 청년층 취업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구조적 문제가 ‘캄보디아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5.1%로 전년 대비 0.7%p 낮아졌다. 15~19세를 제외한 20대 청년층 고용률은 60.7%로 1년 전보다 0.2% 하락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17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긴 하락세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비경제활동인구 증가, 경기 부진 등 여파로 청년층 고용률은 2005년 9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51개월간 하락했다.

청년층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제조업, 건설업 부진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데다, 기업들이 경력직 위주의 채용 기조를 보인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9월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6만 1000명(1.4%) 줄어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제조업 신규 채용은 18.8%에 그치며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건설업 취업자도 8만 4000명(4.1%) 줄어 1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최근 경력직 위주의 채용 기조도 청년층 고용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2025년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 조사에 따르면,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121개사의 올해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인원 중 경력직 비중은 평균 26.9%로 집계됐다. ‘경력직을 절반 이상 뽑겠다’는 응답은 15.7%에 달했으며, 경력직 채용 계획이 전혀 없다는 기업은 22.3%에 그쳤다.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 외부 충격으로 청년 고용시장이 악화했던 과거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글로벌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세계 경제가 안정을 찾으면서 고용률이 상승했다. 유럽발 재정위기 때도 상황이 나아지면서 15개월 만인 2013년 9월 반등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였던 2020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하락하다가 회복했다.

일자리를 구하다 지친 청년들은 고용시장에서 이탈해 구직활동도 일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로 밀려났다. 쉬었음 인구는 지난 2월 50만 4000명을 기록했다.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40만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청년 취업 부진에 최근 캄보디아 사태가 구조적인 청년층 고용불안이 막다른 길에 이르러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례라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인 대학생 박모(22)씨는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감금·피살됐다. 이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관련 신고가 이어졌다. 이들 중 많은 수는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출국했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8일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64명처럼 범죄조직에 감금됐던 피해자이면서도 한국인을 대상으로 피싱 범죄 등을 저지른 가해자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의 일자리 기반 안전망이 이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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