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이 동남아시아 대표 이커머스 라자다와의 제휴를 통해 본격적인 해외 판로 확장에 나선다. (제공: G마켓)
G마켓이 동남아시아 대표 이커머스 라자다와의 제휴를 통해 본격적인 해외 판로 확장에 나선다. (제공: G마켓)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최근 신세계그룹 계열 지마켓(G마켓)과 알리바바그룹 계열 알리익스프레스(알리)의 합작법인 출범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뜨겁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로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국내 소비자 정보 보호를 명시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데이터 장벽’의 실효성과 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8개월간의 심사 끝에 나온 공정위 결정은 디지털 시장에서 데이터 결합이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동시에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핵심은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두 회사가 보유한 데이터의 방대함에 있다. 알리는 전 세계 200여국에서 누적된 구매 기록과 평점을 기반으로 소비자 선호를 분석하고 있으며 지마켓은 5000만명 이상 회원의 국내 소비 패턴을 풍부하게 축적해 왔다. 공정위는 이 데이터가 합쳐지면 맞춤형 광고와 서비스 품질 향상을 통해 이용자가 몰리고 다시 판매자가 몰리는 선순환 구조가 강화돼 시장지배력이 공고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경쟁사들은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해 막대한 투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신규 진입 장벽은 높아지며 궁극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소홀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그러나 이번 합작법인 출범은 정반대의 현실도 보여준다. 지마켓은 이미 과거 실적 악화와 시장 내 입지 축소로 ‘승자의 저주’를 겪은 바 있다. 오픈마켓 시장 중심축이 쿠팡과 네이버로 이동하면서 지마켓 단독으로는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려웠다. 신세계는 알리바바와 전략적 동맹을 맺음으로써 플랫폼을 강화하고 국내 셀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려 한다. 실제로 지마켓 상품은 동남아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 ‘라자다’를 통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5개국에 수출되며 약 2000만개의 상품이 현지에 노출된다. 판매 과정은 국내 방식과 동일하고 자동 번역과 물류 지원까지 제공되면서 해외 진출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그럼에도 근본적 문제 제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데이터 보호와 소비자 정보 관리가 실제로 얼마나 실효성을 갖출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이 장기적으로 시장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공정위는 3년간 이행감독위원회를 통해 합작법인의 데이터 관리와 활용을 점검할 계획이지만 데이터는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결돼 있고 기술적으로 완벽히 분리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한 해외직구 외 시장에서 소비자가 데이터 공유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실제로 국내 소비자의 정보가 해외로 유출되는 길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번 합작법인 출범은 단순한 기업결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신세계·알리 동맹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꾸고 국내 셀러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긍정적 측면이 분명 존재하지만 소비자 정보 보호라는 공적 책임과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지는 향후 관전 포인트다. 또한 디지털 시대 기업결합과 경쟁 제한 평가에서 ‘데이터’가 얼마나 핵심적 요소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기업과 감독당국 모두 데이터의 가치와 위험을 동시에 인식하고 소비자 권리 보호와 시장 균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단순한 매출 확대나 플랫폼 강화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국내 소비자 정보 유출 우려를 불식시키는 실질적 방안과 실행력을 반드시 입증하는 것이 선과제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합작법인의 전략적 가치는 높게 평가될 수 있어도 소비자 신뢰라는 근본적 자산을 잃게 될 위험이 크다. 마침 정 회장이 오는 24일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만큼 이번 자리가 소비자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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