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원. (출처: 게타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5.09.24.
세미원. (출처: 게타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5.09.24.

[천지일보 경기=이성애 기자] 세미원·두물머리 국가정원 추진위 출범을 취재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지방정원의 국가정원 승격’이라는 목표가 단순한 행정 절차나 명칭 변경을 넘어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함께 품은 염원이자 미래 전략이라는 사실이다.

양평군은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개발 제한과 환경 규제로 인해 오랫동안 ‘성장 제약’이라는 그늘을 안고 살아왔다. 주민들에게 세미원과 두물머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지켜낸 소중한 자산이자 자긍심이었다. 이번 추진위 출범 현장에서 만난 지역 인사들은 “국가정원 지정은 양평이 수도권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세우는 계기”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이번 추진위가 교섭단체 차원에서 출범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가정원 지정 논의는 지자체 차원의 요구에 머물렀지만 도의회 교섭단체가 전담기구를 꾸렸다는 것은 정치적 무게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특히 추진위원장을 맡은 박명숙 의원이 ‘경기도 지방정원 지원 조례안’을 직접 마련했다는 점은 제도와 현실을 연결하는 교두보로 읽힌다. 이는 지방정원 승격 논의가 단순 구호에 그치지 않고 법적·재정적 토대 위에서 추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현장의 열기와는 달리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국가정원 지정은 환경부의 엄격한 평가와 심사를 거쳐야 한다. 수질 관리, 생태 보존, 기반시설 확충 등에서 전국적인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십 년간 ‘팔당 상수원 보호 규제’를 견뎌온 양평 주민들의 삶과 국가정원의 보존 원칙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다. 개발과 보존,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실제로 두물머리에는 남북한강이 합류하는 물줄기와 천년 고목, 그리고 이곳을 배경으로 살아온 주민들의 기억이 켜켜이 쌓여 있다. 세미원 또한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팔당호 수질 개선 운동과 맞닿아 탄생한 공간이다. 결국 이곳의 국가정원 지정 논의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진다.

국가정원 승격이 현실화된다면 양평군은 수도권 환경도시를 넘어 ‘생태문화 도시’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 관광객 유치 효과에만 치중한다면 본래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국가정원의 핵심은 단순한 ‘관광 명소화’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생태 관리와 시민 참여, 그리고 교육적 기능에 있다.

이번 추진위 출범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양평의 미래 비전’을 담은 시작점으로 읽혔다. 정치권의 의지와 제도적 기반, 주민 공감대가 함께 맞물릴 때만이 국가정원 승격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이번 과제가 양평의 미래뿐 아니라 수도권 전체의 생태·관광 전략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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