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미래포럼. (제공: 경기도의회) ⓒ천지일보 2025.09.23.
아시아미래포럼. (제공: 경기도의회) ⓒ천지일보 2025.09.23.

[천지일보 경기=이성애 기자] 경기도의회 전석훈 의원이 경기도 첫 AI 박람회 현장에서 ‘아시아미래포럼’ 구축을 제안한 순간, 단순한 행사 발언을 넘어선 담대한 비전이 드러났다. 이번 ‘G-Bio Week X AI Connect with G-FAIR 2025’는 경기도가 주도적으로 기획·예산을 편성해 치른 첫 번째 인공지능 박람회였다. 기존 중앙정부나 민간 주도의 행사와 달리 지자체가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현장 분위기 자체가 신선했다. 전 의원의 발언은 이를 한층 확장해 경기도가 글로벌 담론의 허브로 도약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현장에서 들린 첫 반응은 “왜 하필 경기도인가”였다. 하지만 이는 곧 “경기도만이 할 수 있다”라는 반전으로 이어졌다.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한 혁신 클러스터, AI·바이오를 잇는 산업생태계, 그리고 서울과 맞닿아 있는 지리적·문화적 기반은 분명 경기도의 강점이다. 이러한 조건은 다른 지역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자산이다. 문제는 이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다. 국제 포럼은 선언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안정적인 재정, 다층적 네트워크, 매년 축적되는 담론의 무게가 있어야 비로소 ‘포럼’이라는 이름이 설득력을 얻는다.

전 의원이 제시한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는 구상은 그래서 도전적이다. 기후 위기, 산업 혁신, 청년세대의 미래 등은 이미 세계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경기도가 이러한 의제를 아시아 차원에서 묶어내고 더 나아가 세계로 확장하겠다는 발상은 지역정치의 범위를 넘어선 글로벌 어젠다 제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주목할 만한 포럼이 되려면 경기도가 아시아 각국 정부·도시·기업·연구기관과의 협력 구조를 얼마나 공고히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청년을 강조한 대목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전 의원은 “미래는 청년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에서도 청년들이 AI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보였다. 만약 아시아미래포럼이 실현된다면, 단순히 전문가·정치인들의 무대가 아닌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경기도가 제안하는 포럼을 기존 국제회의와 차별화하는 핵심 가치가 될 수 있다.

기자는 이번 제안을 두고 경기도 정치의 ‘실험 정신’을 떠올린다. 지방의원이 글로벌 담론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다. 다소 과감하고, 때로는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 과감함이야말로 경기도가 가진 잠재력의 표현이다. 지방정부가 단순히 중앙정부의 보조자가 아니라, 국제적 협력 모델을 선도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제도 만만치 않다. 첫째는 지속성이다. 일회성 행사로 끝난다면 국제사회에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없다. 둘째는 실질적 의제 발굴이다. 포럼이 매년 같은 얘기만 반복하는 자리가 되면 금세 동력을 잃을 것이다. 셋째는 신뢰 구축이다. 경기도가 국제사회에서 중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조정자로 인정받아야만 아시아 각국이 모일 수 있다.

이번 AI 박람회는 경기도가 처음으로 국제적 상상력을 실험한 무대였다. 전석훈 의원의 제안은 하나의 씨앗에 불과하다. 그 씨앗이 ‘아시아미래포럼’이라는 거목으로 자라날지, 아니면 현장에서의 발언으로만 남을지는 앞으로 경기도의 실행력과 준비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경기도가 이 비전을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천 가능한 계획과 제도로 옮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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