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이재명 정부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G3)’ 도약. 이를 위해 현재 정부가 ‘AI 국가대표 선발전’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AI 모델, 즉 ‘한국형 AI’를 만들어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규모도 커지는 상황에서 AI 기술만 발전시킨다고 과연 좋은 것일까. 한국형 AI를 만들어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최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 5개사가 선정된 가운데 오는 2027년 최종적으로 2팀만이 살아남게 된다. 향후 정부는 오는 12월 말 1차 단계 평가를 거쳐 5개팀에서 4개팀으로 줄이는 등 6개월마다 평가를 통해 2027년 K-AI 타이틀을 얻을 2개팀을 선정하게 된다.
이들이 개발할 AI 모델은 국가 핵심 전략 자산으로 지정돼 국내 AI 생태계 확산에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중국과 맞먹는 AI 3대 강국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2030년까지 미국과의 AI 기술 격차를 1.3년에서 0.5년으로 줄이겠다”며 “내년부터 언어·이미지·영상·음성 데이터를 종합 학습한 멀티모달(다중모델)과 스스로 판단해 행동까지 하는 대형행동모델(LAM) 등 피지컬 AI 관련 기술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언어를 넘어 제조 현장 등 다양한 학습용 데이터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배 장관은 단순 모델 경쟁력이 아닌,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기술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지 기술개발을 넘어 대한민국이 미래 AI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갖겠다는 국가적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개인정보 보호’라는 기본권의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AI 주권 강화를 위해선 AI 기술을 발전시킬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데 그 데이터를 제공하는 ‘개인’의 권리를 함께 지키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도 정보보호 이슈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태가 잦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국내 기업에 대한 사이버 해킹 사고가 매년 급증하며 심각한 위협이 되는 실정이다.
실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이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민간 기업 대상 사이버 해킹은 2021년 640건에서 2024년 1887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의 경우 올해 8월까지 총 53건의 해킹이 발생해 이미 지난해 해킹 건수 56건에 육박했다. 중견기업은 올해 8월까지 152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돼 지난해 전체 건수인 141건을 넘어섰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올해 8월까지 1205건의 해킹 사고가 발생해 지난해 건수 1034건을 넘어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주희 의원은 지난 24일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 3사와 롯데카드에서 잇따라 발생한 해킹 사태와 관련해 열린 청문회에서 ‘AI 3대 강국’ 도약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국가적으로 사이버 안보 체계가 무너져 내렸고 총체적 난국”이라며 “정보보안과 해커의 싸움이 창과 방패의 싸움인데 방패가 완전 무너진 형국”이라고 짚었다. 이어 “AI 3대 강국 목표가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AI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분명하고 AI 강국이라는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AI 기술개발에 쏟는 노력만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적 안전망 구축에도 무게를 실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진짜 AI 강국’이 되려면 기술만 앞세울 게 아니라 기본적인 사람과 신뢰 중심이 기반이 돼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2027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는 때 대한민국이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만한 기술력과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보호 체계를 갖춘 진정한 AI 강국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