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K푸드 외교’ 자평에… 野 ‘국정유기’ 공세 이어져

JTBC 냉부해 유투브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25.10.07.
JTBC 냉부해 유투브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25.10.07.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마비된 시점에 이재명 대통령이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냉부해)’에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방송 이후 “K푸드 외교의 일환”이라고 자평했지만 야권은 “국정 유기이자 책임 회피”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논란이 계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냉부해 출연을 비판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경찰에 고발하는 등 ‘초강수’로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언행은 하나하나가 국가 메시지”라며 “‘냉부해’ 출연은 K푸드를 세계에 알리고 문화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정부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유엔 순방을 마친 지난달 26일 밤부터 화재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으며 28일에는 비상대책회의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연달아 주재했다”며 “그럼에도 장 대표는 ‘48시간 거짓말’이라는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7일 서울경찰청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 앞서 고발장을 보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7일 서울경찰청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 앞서 고발장을 보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그는 또 “사안과 무관한 대통령실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끌어들인 것은 저열한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지난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재명 대통령의 48시간 행적은 거짓말이었다”며 “국가 재난 상황에서 예능 녹화를 하고도 하루 늦게 방송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UN총회 외교를 망친 뒤 귀국해 냉장고 예능을 찍었다”며 “국민은 방송을 보며 ‘김현지를 부탁해’를 떠올렸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앞서 관련 의혹을 처음 제기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역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과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국민에게 촬영 시점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 브리핑을 했다”며 두 사람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전날 방영된 이 대통령 부부가 출연한 해당 방송은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8.9%를 기록하며 프로그램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민주당은 “K푸드 홍보 목적에 부합한 방송이었다”며 국민의힘의 사과를 요구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추석 특집으로 제작된 해당 프로그램은 ‘OTT를 통한 K푸드 확산’이라는 취지가 분명했다”며 “방송 초반에는 다큐멘터리로 착각할 정도로 진지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가 재난 상황에서의 예능 출연은 대통령직의 무게와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의 자리는 예능 카메라 앞이 아니라 국민의 불안을 달래는 현장이어야 했다”며 “‘냉장고를 부탁해’보다 ‘국민을 부탁해’가 먼저”라고 지적했다.

또 “윤석열 정부 시절 전산망 장애 당시 이 대통령은 당시 당대표 신분으로 ‘대통령 사과와 장관 경질’을 요구했었다”며 “이번 사태야말로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국가 전산망이 마비된 상황에서 냉장고를 파먹으며 어떤 비상조치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고 주진우 의원은 “K푸드 홍보는 구실일 뿐 사실상 대통령 개인 홍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이동훈 수석대변인도 “국정자원 화재 와중에 웃으며 방송을 찍었다면 이는 국정 유기”라고 지적했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방송 장면에 등장한 출연진의 손목시계를 시간대별로 분석해 이 대통령의 냉부해 촬영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직후 이뤄진 것이라는 정황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 출연 ‘냉부해’ 관련 영상에서 비판 댓글이 잇따라 삭제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 유튜브 이용자는 이 대통령 냉부해 출연 하이라이트를 담은 한 영상 댓글 창에 “화재 직후 찍은 예능이 맞느냐는 댓글과 순직 공무원을 애도하는 글이 좋아요 2000개 이상을 받았는데 삭제됐다”며 “비판 댓글을 고의로 지우며 여론 통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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