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상담사·개종목사 공포 주입
피해자 가족, 불안감 확산·가중
폭행·납치·감금 ‘강제개종’ 가담
형사처벌시 최소 형량이 징역

‘상담’으로 포장된 인권유린. 지난 20년간 약 2000건, 연평균 100건 안팎의 강제개종이 빚어졌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국제 NGO들은 “한국은 강제개종이 용인되는 유일한 민주국가”라고 경고했지만, 표심의 정치 앞에서 헌법 제20조(종교의 자유)와 제10조(인간의 존엄·행복추구권)는 구호로 전락했다. 본지는 ‘신천지인사이드-강제개종’ 연재를 통해 강제개종의 메커니즘과 법·제도의 빈틈을 해부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로 실효적 해법을 촉구하고자 한다.

지난 2012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낮 전남대 여대생 납치 사건. 당시 현장 목격자가 촬영해 올린 42초 동영상 속에는 검은색 승용차 주변에 건장한 남성 2~3명이 여성 한 명을 차에 급히 태우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여성은 “살려 달라”는 비명을 질렀고 주변 남성들이 달려들었지만 차량은 여성을 강제로 태우고 출발했다. ⓒ천지일보 2025.09.30.
지난 2012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낮 전남대 여대생 납치 사건. 당시 현장 목격자가 촬영해 올린 42초 동영상 속에는 검은색 승용차 주변에 건장한 남성 2~3명이 여성 한 명을 차에 급히 태우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여성은 “살려 달라”는 비명을 질렀고 주변 남성들이 달려들었지만 차량은 여성을 강제로 태우고 출발했다. ⓒ천지일보 2025.09.30.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가족을 앞세워 이단상담소에 의해 교묘하게 진행되는 강제개종은 그 수법이 가히 충격적이다. 강제개종을 위해서 외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단절된 제3의 공간을 가족들에게 준비하게 하거나 상담소 관련 인물이 제안했고, 이 공간에서는 소위 이단상담가라는 관계자들이 특정 종교에 대한 비방을 피해자에게 세뇌식으로 듣게 하는데, 그 기간은 그야말로 ‘개종’이 될 때까지였다. 가족들이 지쳐서 포기하거나 거부하지 않는 이상 1차가 실패하면 다시 모의를 통해 각종 수단이 동원됐고 2차 시도가 이뤄졌다. 어떤 가정은 생계를 내려놓고 이 일에 몰두하기도 했다.

강제개종 프로그램을 거부하는 피해자들의 저항을 막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장치로 선택된 수법은 ‘감금’이었다. 이는 엄연한 범죄였기에 들키지 않도록 해야 했는데, 그래서 동원 수법이 ‘납치’다. 그 과정에서 폭행과 인권유린은 수순이었다. 범죄를 위한 범죄가 줄줄이 가중된 셈이다. 지난 회차에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면제→수갑→격리→동의서 강요라는 일련의 단계로 ‘알고리즘’화한 사례들을 살펴봤다. 이번 회차에는 강제개종을 위한 수법 중 폭력과 납치, 감금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피해자들의 수기 사례들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본지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61회에 걸쳐 강제개종을 당한 피해자들의 호소문을 연재했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이라곤 믿기 어려울 피해들이 증언됐다. 

◆상담소 지휘하에 꼭두각시 된 ‘가족’ 

피해 사례를 살펴보기 앞서 먼저 강제개종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초기 수법은 이단상담가로 활동한 개종목사가 직접적으로 나서 불법 행위에 동조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하나님의교회 정백향씨 사건에서 보여주듯 진용식 목사가 시무하는 안산상록교회 이단상담소 관계자들은 정씨가 개종되지 않자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을 시키기도 했다. 진 목사는 이 일로 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맞았고, 관계자들 역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강제개종 방법은 지능적으로 변했다. 강제개종을 주도하는 개종목사는 직접적으로 피해자에게 폭행, 납치, 감금 등에 가담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개종목사는 뒤에서 가족들이 이 같은 불법적인 행위를 하도록 교사하고, 방조했다. 

특히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 ‘상담 동의서’를 가족들에게 받아오라고 시켰다. 이 동의서를 받기 위해 가족들은 수면제, 수갑 등을 이용한 결박 등 수단을 써서 피해자를 먼저 납치했고, 동의서 사인을 거부하는 피해자를 설득하기 위해 회유책과 폭행·폭언과 인권유린도 서슴지 않았다. 납치 이유는 다른 신천지 신도들이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나서서 피해자가 강제개종 프로그램을 받지 못하도록 할까봐 염려해서다. 이는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신천지 교회 측은 강제개종 위험이 있는 신도들에 대해서는 언제든 항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비상창구를 만들어놓았다. 이 도움 창구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납치를 하는 것이었다.

납치 후 개종목사가 시무하는 교회 인근의 모텔이나 외딴 산속의 펜션, 원룸 등에 수일에서 길게는 수개월에 이르도록 감금당했다고 증언하는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천주교 수도원에 감금을 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철저히 짓밟힌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난 2016년 9월 나주 빛가람동 소재의 한 오피스텔에 감금돼 있던 김유진(가명)씨가 창틈 사이로 날린 종이비행기. 여기에는 ‘바로 맞은편 오피스텔 000호에 사람이 감금되어 있습니다. 010-×××-×××× 여기로 꼭 연락해서 알려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천지일보 2025.09.30.
지난 2016년 9월 나주 빛가람동 소재의 한 오피스텔에 감금돼 있던 김유진(가명)씨가 창틈 사이로 날린 종이비행기. 여기에는 ‘바로 맞은편 오피스텔 000호에 사람이 감금되어 있습니다. 010-×××-×××× 여기로 꼭 연락해서 알려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천지일보 2025.09.30.

◆목숨 앗아간 감금과 폭행

2017년 12월 30일. 오후 5시 40분. 전남 화순의 한 펜션. 창문엔 못이 박혀져 있고, 펜션을 탈출하려던 구지인씨는 아버지에게 다리를 잡혔다. 어머니는 그런 딸의 입을 틀어막았다. 구씨는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부모가 숨을 죄이는 참혹한 상황에서 구씨는 천천히 숨을 거둬갔다.

그렇게 숨을 거둔 딸의 사인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심폐 정지. 경찰은 부모를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현장을 찾았을 때 구씨가 질식사를 당한 전남 화순의 모 펜션의 창문엔 못이 박혀 있어 열리지 않았다. 구씨는 이듬해 2018년 1월 9일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폭행 후 납치돼 간 곳은 외딴 펜션

2016년 피해자 이상훈(가명)씨의 사례는 강제개종의 폭력적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족은 아들의 동의 없이 수면제를 먹였고, 정신을 잃은 그는 수갑에 채워져 외딴 펜션으로 끌려갔다. 깨어나자마자 기다린 것은 ‘교육’이 아니라 폭행이었다. 반항의 기미만 보여도 부모와 누나는 그의 팔을 꺾고 주먹을 휘둘렀으며, 이는 ‘개종을 위한 훈육’이라는 미명 아래 정당화됐다.

개종 목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모욕적인 발언으로 심리적 압박까지 가했다. 부모와 가족이 폭력의 도구로 동원되고, 목사는 이를 방조·지시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조직적 범죄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장실도 못 가고 비닐봉지에… 인간 이하 생활

2014년 서울 서초구에서 납치된 고미희(가명)씨의 호소는 인권유린의 극단적 실상을 드러낸다. 그는 일주일간 외딴집 좁은 방에 수갑을 찬 채 감금됐다. 창문은 합판으로 봉쇄돼 한 줄기 빛조차 들어오지 않았고, 방문은 삼중 잠금장치로 묶여 탈출은 불가능했다. 씻을 권리, 먹을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았으며, 화장실조차 갈 수 없어 대소변을 비닐봉지에 해결해야 했다. 벌레와 쥐가 들끓는 공간은 비위생적이었고, 이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중시켰다.

그는 “이틀이면 끝난다”던 프로그램이 “개종될 때까지”로 바뀌었다고 했다. 감금은 사실상 무기한이 됐다. 개종 프로그램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장기간의 불법감금과 고문에 가까운 행위였다.

◆임신부도 예외 없는 폭력적 감금

임신 6개월이던 임미경씨의 사례는 강제개종의 폭력이 어디까지 뻗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교회 사택에 감금된 그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밀폐된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창문을 열어달라는 간절한 요청은 “소리가 새면 안 된다”는 이유로 거부당했고, 심리적 고립은 극심한 불안과 공포로 이어졌다. 심지어 다섯 살 딸의 목소리라도 듣게 해달라는 애원조차 외면됐다.

임신부로서의 최소한의 건강권마저 무시된 채, 위생과 휴식이 차단된 감금 속에서 건강은 급속히 악화됐다. 산부인과 의사조차 “심각하다”고 진단할 만큼 위험한 상황이었다. 임신부까지 가리지 않는 강제개종의 폭력성은 인권의 최후 보루마저 허물었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낮 납치극

2012년 광주에서 벌어진 사건은 강제개종이 더 이상 은밀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공공안전 문제임을 드러낸다. 피해자 임혜정씨는 대낮 도심에서 낯선 남성 네 명에게 머리채를 잡혀 끌려갔다. 시민들이 나서 도움을 주려 했지만, 오히려 괴한들에게 폭행당하며 제지당했다. 그는 차량 안에서 발로 짓밟히고 뺨을 맞으며 공포 속에 실려갔다고 증언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경찰의 태도였다. 그는 전화 통화 중 필사적으로 “납치”라고 외쳤으나, 경찰은 사건을 단순 가족 문제로 치부하며 피해자의 안전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과 공권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사이, 강제개종의 폭력은 도심 한복판에서도 버젓이 자행됐다는 점에서 당시 사회적 이슈가 됐다.

◆요강 하나로 버틴 방… 가족까지 가담한 감금

박미선(광주 북구)씨는 시댁에서 가족과 개종 목사에 의해 감금됐다. 창문은 돗자리로 가려 빛조차 차단됐고, 화장실 사용은 허락되지 않아 방 안의 요강 하나를 가족이 돌려 써야 했다. 낮에는 개종 목사가 와서 신앙을 비방하며 언어폭력을 퍼부었고, 밤에는 가족들이 돌아가며 그를 감시했다.

친정 식구들마저 같은 방에서 있으면서 눈치를 봐가면서 요강을 함께 쓰면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이 무너졌다. 그는 “가족이 감시자가 되는 상황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혈연관계를 앞세운 강압과 심리적 압박은 피해자의 자율성과 존엄을 뿌리째 흔드는 이중의 폭력이었다.

피해자들이 강제개종 당시 당했다고 고백한 범죄 피해사실에 해당하는 형사처벌 수위.  ⓒ천지일보 2025.09.30.
피해자들이 강제개종 당시 당했다고 고백한 범죄 피해사실에 해당하는 형사처벌 수위. ⓒ천지일보 2025.09.30.

◆가족 ‘범죄자’만들 수 없어 숨겨지는 강제개종

피해 사례에서 살펴본 피해 사실이 고소·고발에 의해 형사 처벌을 받게 되면 피의자는 징역형을 면치 못한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가족들을 처벌받게 할 수 없어서 대부분 고소고발을 포기한다. 이 점이 강제개종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제개종 피해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최근 조사된 통계 기준이 없어 과거 피해 통계를 살펴보면 강제개종피해자인권연대(강피연)가 지난 2020년 공개한 같은 해 10월 기준 통계에서 강제개종으로 입은 피해자는 총 1725명으로 집계됐다. 2012년까지 연간 100명 이하였던 피해자는 2013년 151명 이후 꾸준히 100대를 넘겼으며 해당년도에는 180건이나 발생했다. 피해 유형을 보면 사망 2건, 납치 946건, 감금 1131건, 폭행 579건, 수면제투약 100건, 강제휴학 99건, 강제휴직 101건, 강제이혼 32건 등이다. 

강제개종의 주요 대상자 약 9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에서는 피해자 중 55%가 교육 당시 협박과 세뇌, 52%는 감금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납치를 당해 끌려갔다고 밝힌 피해자도 42%에 달했다. 심지어 개종 거부로 강제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을 당한 피해자도 2%(10명)나 존재했다. 여성 피해자의 경우 화장실을 이용할 때 외부인 또는 가족과 동행하도록 함에 따라 ‘수치심(171명, 34.5%)’ ‘무력감 또는 우울증(152명, 31%)’ ‘자살충동(50명, 10.1%)’ 등을 느꼈다고 답했다.

2012년 7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피해자 임정희(가명, 당시 22, 여)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당시 본인의 상황을 보도한 언론 기사가 사건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폭로했다. ⓒ천지일보 2025.09.30.
2012년 7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피해자 임정희(가명, 당시 22, 여)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당시 본인의 상황을 보도한 언론 기사가 사건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폭로했다. ⓒ천지일보 2025.09.30.

가족들이 이같이 비정상적인 행위를 하면서도 이상하다는 점을 못 느끼는 것은, 개종목사를 통해 이미 신천지 등 타 교단이 사이비‧이단이라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증언이 지배적이다. 개종목사들은 “곧 가정이 파괴된다” “자녀가 망가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공포를 주입해 가족들을 움직였고, 이는 곧 납치·폭행·감금으로 이어졌다. 개종목사들의 일방적인 비방으로 공포와 불안감이 생긴 부모, 여기에 부모의 말에 자녀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가정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강제개종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이 됐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단순히 가족의 일탈이 아니라 개종 목사가 배후에서 지시·방조한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가족들이 자녀를 ‘구한다’는 착각 속에서 범죄 행위를 저지르도록 조종당했다는 것이다. 종교 권위와 가부장적 권력이 결합된 구조적 폭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한국의 강제개종 상황을 심각하게 지적했다. 벨기에 NGO 휴먼 라이츠 위드아웃 프론티어스(HRWF) 는 2020년 보고서 ‘한국의 강제개종(Coercive Change of Religion in South Korea’에서 “납치·감금·심리적 압박을 통한 개종 시도는 국제인권규약(ICCPR)에서 보장하는 종교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탈리아 종교학 연구소 CESNUR 과 HRWF가 공동 주최한 국제 세미나에서 학자들은 ‘디프로그래밍’이라고도 불리는 강제개종은 반대자들에 의해 ‘사이비 종교’로 낙인찍힌 종교 단체 신자들을 납치하고 구금해 신앙을 포기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인권침해를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