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2000건, 연평균 100건 발생
설득 아닌 강압·폭력 동원 인권유린
“韓, 불법개종강요 허용된 유일 민주국가”
정부, 국제사회 경고에도 침묵 일관
‘상담’으로 포장된 인권유린. 지난 20년간 약 2000건, 연평균 100건 안팎의 강제개종이 빚어졌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국제 NGO들은 “한국은 강제개종이 용인되는 유일한 민주국가”라고 경고했지만, 표심의 정치 앞에서 헌법 제20조(종교의 자유)와 제10조(인간의 존엄·행복추구권)는 구호로 전락했다. 본지는 ‘신천지인사이드-강제개종’ 연재를 통해 강제개종의 메커니즘과 법·제도의 빈틈을 해부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로 실효적 해법을 촉구하고자 한다.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한국 사회에 강제개종이 남긴 흔적은 얕은 흠집이 아니다. 협박·감금·폭행·납치가 ‘상담’이라는 이름을 덮어쓴 채 반복되고, 가족 동원 관행은 수십 년간 관성처럼 굳어졌다. 개신교 일부 목사와 일명 ‘이단상담사’가 신종교를 ‘이단’으로 낙인찍고, 신도를 분리·격리해 특정 종교로 전환을 강요하는 행태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시민은 많지 않다. 헌법 제20조(종교의 자유)와 제10조(인간의 존엄·행복추구권)는 선언으로만 존재하고, 현장에서는 종이장처럼 구겨진다. 유엔 인권 메커니즘과 국제 NGO들은 “조사하라, 중단시켜라, 책임을 물어라”고 거듭 요구했지만, 정부의 실효적 대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왜 대한민국에서 강제개종은 여전히 지속되는가.

◆유엔이 묻고 국제사회가 지켜본다
2019년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장. 유럽 ‘양심의 자유 협의회(CAP-LC)’는 한국 내 강제개종을 규탄하며 정부 대응의 미흡을 정식으로 지적했다. 성명은 한국 정부에 강제개종 관행의 실태 조사, 관련자 형사책임 추궁, 일부 목회자들의 혐오·증오 발언 중단을 요구했다. 뒤이어 이탈리아의 신종교연구센터(CESNUR), 벨기에의 국경없는인권(HRWF) 등 국제 인권 네트워크가 같은 목소리를 냈다. 메시지는 간명하다.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강제개종이 구조적으로 용인되는 곳—한국이 유일하다.
국제 비교는 더 냉정하다. 미국은 ‘세뇌 이론’의 비과학성을 법정에서 분명히 하고, 강제개종 연루 단체에 중징벌을 부과해 이른바 ‘디프로그래밍 산업’을 사실상 퇴출시켰다. 일본도 장기 감금 피해자의 민사 승소와 국제 권고가 축적되면서 강제개종의 사회적 퇴장을 이끌었다. 국제사회가 “왜 한국은 강제개종을 퇴출하지 못하는가”라고 되묻는 까닭은 특정 종교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헌정 질서의 실행 의지를 향한다. 헌법이 선언하는 기본권을 현장에서 실현할 정치적 결단과 제도적 장치가 있느냐는 질문이다.

◆폭력 메커니즘과 통계…피해자 대부분 女·청년
강제개종의 프로토콜은 놀랄 만큼 정형화돼 있다. ▲가족 동원: “상담만 받아보자”는 회유로 시작해, 동의서 강제 작성까지 이어진다. ▲물리적 억압: 원룸·농가·펜션 등 은밀한 공간을 택해 창문을 봉하고 문을 잠근다. 휴대전화·지갑을 압수해 외부 연락을 차단하고, 저항하면 폭행이 뒤따른다. ▲심리적 압박: ‘이단상담사’가 종교 권위를 들이대며 “가족을 위해 희생하라”, “거부하면 가정이 파탄난다”는 죄책·불안 유발 화법을 반복한다. ▲경제적 착취: 상담료·교육비·숙식비·임대료 청구가 이어져 가정 갈등을 심화시킨다.
이름은 ‘상담’이지만 실상은 강압과 폭력이 결합된 복합범죄다. 피해는 여성과 청년층에 집중된다. 2022년 집계에서 피해자 97명 중 여성 92명(약 95%), 그중 20·30대가 80% 이상이었다. 사회 진입기의 청년 여성에게 ‘가족의 보호’라는 명분이 동원되며 종교적 자기결정권이 박탈되는 구조다. 2018년 전남 구례에서 고(故) 구지인 씨가 감금된 강제개종 장소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숨진 사건은 강제개종의 치명성을 국민적 의제로 끌어올렸지만, 유사한 방식은 변주를 거듭하며 이어졌다. 장소는 더 은밀해졌고, 강압은 더 정교해졌다.

숫자는 더 차갑다. 2003~2023년 약 2000건, 연평균 약 96건. 강제개종피해자연대(강피연) 자체 집계에 따르면 유형별로 납치 972건, 감금 1221건, 폭행 861건, 강제 서명 1293건, 강제 휴학·휴직 1338건, 수면제 투약 682건, 정신병원 강제 입원 13건, 사망 2건이 보고됐다. 신체의 자유·안전·생존권 전반을 침해하는 전방위 인권유린임이 통계로 확인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피해자에게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불안·우울, 수면장애, 대인기피 등이 장기화한다고 지적한다. 가해자가 종교지도자이거나 가족일 때 ‘배신 트라우마’는 더 깊게, 더 오래 남는다. 이것을 ‘종교 갈등’으로 포장하는 순간, 피해자의 시간은 멈춘다.
강제개종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구조적 유인이 도사린다. 일부 목회자들 사이에서 “성도 100명보다 개종 한 명의 수입이 더 낫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 정도로 상담료·교육비는 수익 모델로 고착됐다. ‘이단’ 낙인은 권력과 이해관계의 도구가 되고, 이단 규정의 자의성이 유지되는 한 시장화된 강제개종의 사슬은 끊기 어렵다.

◆침묵의 벽, 책임 회피·수사 관성·표심의 정치
강제개종 근절을 가로막는 벽은 셋이다.
첫째, 책임 회피 구조. 주도자는 스스로를 ‘상담자’로 포장하고 실행은 가족에게 전가한다. 지시·교사의 흔적을 지워 형사책임의 사슬을 끊는다. 가족 연루 탓에 피해자는 신고를 주저하고, 설령 신고해도 돌아갈 안전망이 없어 침묵을 택한다.
둘째, 수사·사법의 관성. 일선 기관은 사건을 ‘가족 간 종교 갈등’으로 축소해 본질을 흐린다. 접근·통신 금지 같은 긴급보호명령은 즉시성과 실효성이 부족하고, 지시·교사·방조 입증을 위한 증거 기준 매뉴얼은 들쭉날쭉하다. 담당자 역량에 따라 절차가 흔들리고, 사건은 지연되며, 피해자는 지쳐간다.
셋째, 표심의 정치. 가장 민감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대목이다. 국제무대의 공개 질타와 국내 여성·청년의 피해 호소가 누적되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이 개신교 표심의 파장을 우려해 구조 개혁과 원칙 집행을 주저한다는 의심이 거세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는 진영의 이해득실 이전에 헌법의 명령이다. 선거 주기에 정교분리와 기본권 보장이 종속되는 순간, 국가는 헌법 수호의 주체가 아니라 침묵의 공모자가 된다. 침묵은 사실상의 용인이다.

◆표심이 헌법을 이길 수는 없다
강제개종은 교리의 시비가 아니다. ‘상담’으로 포장된 폭력과 강압을 범죄로 볼 것인지, 국가의 태도를 가르는 시험대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국제 NGO들은 이미 한국에 냉정한 질문을 던졌다. “왜 아직도 강제개종 실태를 조사하지 않는가, 왜 중단시키지 않는가, 왜 책임을 묻지 않는가.” 2003~2023년 약 2000건, 해마다 100건 안팎의 사건, 납치·감금·폭행·강제 서명·수면제 투약·정신병원 강제 입원·사망으로 이어진 통계는 현재진행형의 경보음이다.
정부가 침묵을 거두고 헌법의 편에 서는 일, 그것이 강제개종 근절의 출발점이다. 표심의 정치가 기본권을 가릴 수 없다. 종교의 자유는 장식적 구호가 아니라, 국가가 보장해야 할 실질적 권리다. 국제사회는 이미 보고 있다. 이제는 한국 사회와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답해야 한다.
언론의 책무도 예외일 수 없다. 본지는 ‘국민의 눈’으로서 지속되는 강제개종 인권유린을 집요하게 추적·보도하고, 정부에 현실적 대책을 요구하겠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기고, 제도의 빈틈을 파헤치며,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국가의 책무를 끝까지 묻겠다. 이것이 시민과 함께 서는 언론의 자리이며, 강제개종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최소한의 연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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