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총회로 본 한국교회 과제 ②여성 총대 법제화 부결·목사 자격 남성만 부여

예장통합 여성 총대 할당제 도입
단 2표차로 무산… 현장선 탄식
예장합동, 女강도권 개정안 통과

여성은 강도사, 목사는 남자만?
여성 반발 “교단 갈수록 퇴보해”

ⓒ천지일보 2025.09.30.
ⓒ천지일보 2025.09.30.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하….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제110회 총회 회무 이틀째였던 지난달 24일, 여성 총회대의원(총대) 할당제를 법제화하는 안건이 단 2표 차로 부결되자 현장에서는 깊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올해는 예장통합이 여성 안수를 시행한 지 30주년을 맞는 해였다. 교단은 이를 계기로 여성 리더십의 제도적 정착을 도모하고자 노회가 일정 규모 이상 총대를 파송할 경우 반드시 여성을 포함시키는 ‘여성 총대 할당제’를 도입하려 했다. 기존에도 관련 규정은 있었지만 권고 수준에 머물러 실효성이 없었다. 사상 최다 여성 총대가 파송된 올해조차 전체 1500명 중 여성은 57명, 비율로는 3.8%에 불과했다.

헌법위원회는 헌법 제2편 정치 제12장 84조에 “총회를 향해 총대를 10인 이상 파송하는 노회는 여성 총대 1인 이상을 반드시 포함한다”는 조항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표결 결과 찬성 494표, 반대 496표로 부결되며 논의조차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좌초됐다.

총회가 열리기 전부터 서울 중구 영락교회 앞에서 ‘여성 총대 파송, 사랑의 시작입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호소하던 여성 사역자들은 결과에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본 일부 여성 사역자들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너무 화가 난다”며 퇴장하기도 했다. 한 여성 목회자는 “세계적으로 여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데 여전히 교회는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틀에 갇혀 있다”며 “교회의 어려운 시기를 지켜내는 건 여성인데 이번 결정은 교회의 부흥과 발전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장통합 기관지 한국기독공보 역시 사설에서 “교단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여성 리더십 강화는 올해 교단 총회에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였다. 한국교회 내 뿌리 깊은 가부장적 구조와 불평등 문화가 교회 이미지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적 성과는 이번에도 불발되면서 여성 사역자들의 좌절감이 커졌다. ·

◆女목사 길 또다시 막은 합동

예장합동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09회 총회에서 교단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강도권을 허용하며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올해 제110회 총회에서는 오히려 역행하는 헌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핵심은 헌법 정치 제4장 제2조 ‘목사의 자격’ 조항을 ‘만 29세 이상인 자’에서 ‘만 29세 이상 남자’로 바꾸는 것이었다. 이 경우 여성은 강도사로 인허를 받을 수 있지만 목사 안수는 철저히 배제된다. 동시에 ‘목사 후보생 고시’를 ‘목회자 후보생 고시’로 바꾸는 개정안도 함께 올라와 여성 강도사 역시 남성과 동일하게 고시를 치르도록 했다.

사실상 ‘여성에게 강도사 자격은 허용하되 목사 안수는 결코 주지 않겠다’는 시도로 해석되면서 여성 사역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총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여성 사역자들은 “이번 개정안은 여성 목사 안수를 영구적으로 막기 위한 의도”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예장합동은 해당 개정안을 전국 노회 수의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이 안건은 110회기 동안 수의를 거쳐 내년 제111회 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예장합동 교단 출범 초기에도 없던 ‘목사 남성 제한 조항’을 새롭게 삽입하려는 시도 자체가 100년 전보다 퇴행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여성 사역자는 “초기 헌법에도 ‘목사의 자격’을 남성으로 제한한 규정은 없었다”며 “시대가 남녀평등과 인권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가는데 오히려 역행하려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예장합동 내부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성 강도권 허용 이후 증가하던 여성 신학대학원 지원자가, 목사 안수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이번 조치를 계기로 다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합동은 여성 안수를 거부하는 헌법적 제약으로 인해 최근 여성 사역자들이 타 교단으로 이탈하는 현상을 경험해왔다. 합동 소속 한 목회자는 “여성에게 가르치는 사역은 맡기지만 동등한 리더십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현재 여성 목사 안수를 불허하는 교단은 예장합동을 비롯해 예장고신, 예장합신 등이 있다. 이들 교단은 주로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등 성경 구절을 근거로 여성 안수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교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태도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과, 반대로 “성경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