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정치 보복은 결단코 없다”는 약속을 반복해왔다. 집권 후에도 그는 분열과 갈등을 끊고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장면은 대통령의 언행과 거리가 멀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3대 특검’ 공세는 그 대표적 사례다. 서울시장, 인천시장, 강원지사 등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을 직접 지목하며 내란 혐의 수사를 운운하는 것은 누구나 정치 보복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공정한 경쟁을 흔드는 행태다.

특히 해당 단체장들이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음에도, 여당은 반복적으로 내란 의혹을 제기한다. 이는 법적 사실 규명보다는 정치적 타격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보여준다. 대통령이 말해온 “능력 중심의 정치”와는 정반대의 길이다.

더구나 사법부 판단까지 문제 삼으며 대법원장을 실명 비판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압박이다. 이 과정에서 “보복은 없다”던 대통령의 약속은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대통령은 또 다른 장면에서는 ‘중재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야당 신임 대표를 향해 “여야 지도부 회동”을 제안하며 협치 메시지를 내세우는 것이다. 여야 대립이 격화하는 국면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선 모양새는 분명 상징적 의미가 있다.

전임 대통령이 장기간 야당 대표를 외면했던 것과 비교해도 차별화 포인트는 분명하다. 그러나 여당이 앞장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와중에 대통령이 ‘화합’을 외치는 모습은 자칫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야당은 대통령과의 ‘일대일 회동’을 조건으로 내걸며 협치의 모양새만 가져가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강경 지지층을 의식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통령이 모든 정치적 성과를 독식하는 상황을 견제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런 정치적 이해타산을 떠나, 여야 지도부가 한자리에 앉아 신뢰 회복의 첫걸음을 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성 있게 다가오기 위해서는 먼저 여당의 ‘표적 정치’부터 멈추어야 한다.

정치 보복 없는 정부라던 약속은 국민 앞에 한 서약이다. 그런데 지금의 행태는 그 약속을 무너뜨리고 있다. 특정 정적을 향한 집요한 수사 압박, 사법부를 겨냥한 압박은 대통령 스스로 비판했던 정치 보복의 전형이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 그리고 신뢰 위에 선다.

대통령이 진정으로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뜻을 지키려 한다면, 먼저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야 한다. 보복 없는 정치, 통합의 정치는 구호가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복의 정치’가 아니라 성숙한 대화와 협치다. 대통령의 다음 선택이 국민 신뢰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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