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석 전 검찰 개혁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며 여당 안에 우려를 표했다.
이재명 대통령마저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졸속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검찰 개혁 입법 관련해 논란이 되는만큼 여당의 속도전은 신중히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안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 전담 공소청을 두되, 중대범죄수사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하는 구상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수사위원회가 수사기관 간 권한을 조정하고 경찰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사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수사·기소 분리를 위한 제도 개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행안부에 1차 수사기관이 집중돼 권한 불균형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정 장관은 “촘촘한 제도 설계, 정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 제도는 민생정책”이라는 이유에서다. “(당내에서) 검찰은 ‘악’이고 경찰은 ‘선’이란 생각에 합리적 토론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 장관의 지적처럼 연간 4만건이 넘는 불송치 사건 이의신청을 국수위가 감당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구조 속에서 수사 통제가 부실해진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공소청에도 보완수사 요구권을 부여하는 등 실질적 통제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수사와 기소를 기계적으로 분리할 경우 범죄 대응 능력이 떨어져 범죄자만 활개 치는 세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검찰 일부의 정치권력 유착이 문제라면 이를 바로잡는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검찰 전체를 ‘악의 집단’으로 규정하고 기관 자체를 없애려는 발상은 과도하다. 무엇보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국가 수사 시스템 개편은 졸속으로 처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추석 민심을 겨냥한 ‘입법 이벤트’로 삼을 것이 아니라, 장기적 시각에서 차분히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미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에서 보여주었듯, “일단 법을 통과시키고 나중에 고치면 된다”는 안이한 태도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형사 사법 시스템 개편은 그와 같은 정치적 접근으로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잘못된 설계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피해로 돌아온다.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이라면 졸속 입법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검찰 개혁은 속도가 아니라 완성도가 더욱 중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모으는 ‘숙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