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3국 정상이 3일 베이징 전승 80주년 열병식에 함께 참석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지도자로서 66년 만에 천안문 망루에 오른다.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66년 만인데, 세 정상이 나란히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26개국 정상들이 참석한다. 앞서 1일 상하이협력기구(SCO)는 안보위협대응기구와 개발은행을 설립하고 미국의 관세 위협에 대응해 다자주의를 옹호하는 ‘톈진 선언’을 발표했다.
시진핑과 푸틴, 그리고 김정은의 동반 등장은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라 신냉전 구도의 상징이다. 반미·반서방 연대가 구체화되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중국은 열병식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 ‘둥펑-26D’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을 직접 겨냥한 무력 시위다. 러시아는 대미 견제를 외교의 축으로 삼았다.
중러의 대미 견제 구도 속에서 북한의 노림수는 ‘몸값 올리기’ 효과이다. 방중 직전 자강도의 신형 미사일 공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으로 동북아 외교의 축을 조정하고 북중 혈맹을 내세워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대응은 지나치게 안일하다. 국방부가 15년 만에 대북 심리전 라디오 방송인 ‘자유의 소리’ 송출을 중단했다. 2010년 5월 천안함 피격 사건을 계기로 재개된 지 15년 만이다. 정부는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유화책이라고 하지만 시점상 부적절하다. 긴장 완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북·중·러 밀착으로 안보 지형이 흔들리는 현실과는 괴리돼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 외교는 지금 중대한 시험대 위에 놓였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강화하고, 중국은 주한미군 현대화를 견제하며, 러시아는 서방 봉쇄를 강화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공간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동북아에서 한국의 위치는 불안하다. 북·미 관계에서 배제될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 구도 속에서도 한국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한미일 안보 공조를 제도적 틀로 강화하는 것도 필수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일본과의 협력도 전략적 차원에서 확대해야 한다.
우리는 자강 노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미사일 방어 능력 강화, 사이버 안보 역량 제고는 시급한 과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이상, 우리 역시 실질적인 대응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외교적 해법과 군사적 억제력이 병행돼야만 안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북·중·러의 밀착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신냉전의 전조다. 한국이 이를 경시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전략적 손실을 입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미 동맹의 틀을 단단히 하되, 그 위에 한미일 공조와 자강 능력을 다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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