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球지구라는 이름의 작은 별

이세룡

地球지구라는 이름의 작은 별 가운데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풀밭일 테고

머리카락에서는 오이 냄새가 날 것이 분명합니다

별이 반짝이듯 눈을 깜박거릴 터이니

반지도 소용없고 십자가도 필요없겠지요

 

그 사람이라면

정숙하지 못한 토요일 오후의 벤치 위에

말없이 앉아 있는 남자를 부풀게 하여

연두색 비명소리를 지르게 하고

마침내는 우리나라 하늘의 별이 되게 만드는

마술 손을 가지고 있겠지요

 

〈게으르긴 해도 쉬지 않고 달리는

낡은 화물열차처럼〉

나는 그 사람에게 갑니다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그러나 뜨거운 작별의 입맞춤으로 고단한

그 사람이 푸른 별 아래 잠들고 나면

 

벗어 놓은 목걸이처럼

그 옆에 눕기 위하여

 

[시평]

이 시는 우주의 광활함 속에서 미미한 존재인 지구와, 그 속에서 더욱 미미한 존재로 살아가는 인간의 내밀한 사랑과 그리움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시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곳의 작고 유한한 존재감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이 작은 별 속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를 설정함으로써 평범함 속에서 발현되는 특별한 가치를 드러낸다.

풀밭과 오이 냄새라는 소박한 이미지에서는 편안하고 꾸밈없는 순수함을 떠올리고 “반지도 소용없고 십자가도 필요없겠지요”라며 물질과 형식으로 규정될 수 없는 사랑의 본질을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특히 “연두색 비명소리를 지르게 하고”와 같이 공감각적인 표현은 내면의 감정과 존재의 환희를 생생히 묘사하며, 사랑하는 대상이 지닌 마법 같은 영향력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인간 존재의 작음과 사랑의 거대함을 대비하며, 소소한 삶 속의 위대함과 진실함을 탁월하게 포착해 낸 작품이다.

이도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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