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風葬

홍정숙

버스정류장 나무 의자에

매미 한 마리 홀로 입적하셨다

툭 튀어나온 눈

감은 듯 뜨고

그물 날개로 스스로 염하다

 

제 목소리로 얻기 위해 묵언 십여 년

침묵도 세월을 품으면

허물을 벗고 득음에 이르지만

슬픔이 북받치면 오래 울 수 없다

 

바람이 꽃잎을 물어가듯

매미를 감싸고 바람이 맴돌다

 

[시평]

이 시는 매미의 생애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자연의 순환을 성찰하는 작품이다. 시는 버스정류장 나무 의자 위에서 생을 마감한 매미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넘나드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매미의 눈은 “감은 듯 뜨고”, 날개는 “스스로 염하다”라는 묘사를 통해 매미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받아들인 존재로 그려진다. 또한 매미의 삶은 십여년간의 침묵과 짧은 득음으로 요약된다. 이 과정은 인간의 삶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인내와 성취의 메타포로 읽힌다. “침묵도 세월을 품으면 허물을 벗고 득음에 이른다”는 구절은 매미의 생애를 넘어 인간이 시간 속에서 성장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바람이 꽃잎을 물어가듯”이라는 표현에서 인간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은유적으로 제시하며 자연과 인간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이도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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