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민들레
권지영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침묵하기
낮은 곳에서
서두르지 않기
햇빛에 활짝
두 팔 벌리기
두려움 없이
서 있기
어디로든
떠나가기
다른 빛깔들 속에서도
온전하기
한 잎 한 잎
잊지 못할 하얀 밤을 수놓기
달빛 머금은
노래를 부르기
사랑이 아니었다 해도
이별은 아니길
[시평]
이 시는 세상의 소란과 소음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내면을 지키는 존재를 형상화하고 있다. 민들레는 낮고 소박한 꽃이다. 시인은 이 꽃을 통해 삶의 자세를 제시하며, 고요히 낮은 곳에서 자기다운 삶을 유지할 것을 말한다. 햇빛을 향해 활짝 열린 팔처럼 두려움 없이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어떤 곳으로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갖기를 권한다.
특히 “다른 빛깔들 속에서도 온전하기”라는 구절은 자기 존재의 본연을 훼손하지 않고 살아가는 진정한 삶의 자세를 표현한다. 또한 민들레의 흰 빛깔과 하얀 밤은 순결하고 정갈한 이미지를 통해 아름다운 추억과 간직해야 할 기억의 소중함을 부각한다. 마지막으로 “사랑이 아니었다 해도 이별은 아니길”이라는 구절에서는 삶과 관계의 본질이 끝맺음보다는 이어짐에 있다는 메시지를 은은하게 전하고 있다.
이도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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