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제 언론인

세상이 너무 변화무쌍하다. 새로 알아야 할 게 차고 넘쳐 뭐부터 손대야 할지 고민스럽다. 인공지능의 진화 속도가 빛처럼 빨라 어느덧 AI 서비스 활용은 일상화됐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AI 비서’에게 무엇이든 물어보면 척척박사, 만물박사처럼 신속히 응답해준다.

문자, 음성, 이미지를 가리지 않고 해독하는 AI 실력은 나날이 늘고 있다. 2030 경찰관들이 AI 서비스가 만들어준 기소 결정서 내용을 토대로 수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어 수사 왜곡, 정보 유출 논란까지 일고 있다.

공적, 사적 영역을 가리지 않고 점점 더 가상의 공간, 클라우드 플랫폼에 의지하니 모두가 ‘빅테크의 노예’로 전락하는 느낌마저 든다. 사실 스마트폰, 노트북을 버리고 살아갈 수 없지 않은가.

이런 세상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AI 시대에 적응하려고 기를 쓰고 있다. 다만 무비판적인 수용보다 가상의 ‘온라인 땅’을 긍정하면서도 그간 친숙했던 ‘오프라인 땅’도 잘 일궈나갈 방법을 찾고 싶다.

그래서 ‘투-트랙’ 전법으로 세상 흐름에 맞춰 살기로 했다. 손자병법의 명언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다)’부터 실행에 옮기는 게 중요할 것 같다. AI를 제대로 알기 위해 얼마 전 시민대학 AI 강좌를 2개 신청했다.

I대학 평생교육원의 오프라인 강좌(3개월 교육과정)인 ‘직접 만들며 익히는 생성형 AI’와 지자체 e-배움 온라인 강좌 ‘100배 빠른 업무! GPT-4o로 갓생 사는 법’을 듣고 있다.

챗GPT, 냅킨(Napkin),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 미드저니(Midjourney) 등 다양한 AI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는 회원 가입을 이미 마쳤다. 여러 지시, 요구, 질문을 AI에게 쏟아내 글 쓰기, 시 쓰기, 그림 그리기, 음악 만들기, 동영상 만들기, 콘텐츠 만들기 등을 실행하고 있다.

또 AI를 통한 업무 자동화 기초를 익히기 위해 PPT, 엑셀 매크로와 연동하는가 하면 AI 설문 조사 생성 및 분석, 고객 리뷰 감정 분석, 콜드 체인 시뮬레이션 작업도 해볼 예정이다. 너무 힘들고, 복잡한 교육과정이지만 배움의 기쁨도 있어 다행이다. 온라인 영역에서 살아가기 위해 AI와 친해지려 노력 중이다.

이보다 더 가슴 벅찬 일은 ‘오프라인 땅’에 가깝게 다가서는 것이다. 산업혁명, 기술혁명이 온난화를 가속화해 지구를 집어삼킬 지경이니 자연과의 공생은 너무도 절실한 상황이다. 개인적 실천으로 효소 담그기와 토종 종자 지키기로 정했다.

효소는 각종 물질 분해를 촉진시켜 소화흡수, 항염 항균, 혈액 정화, 세포 부활 작용을 원활히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아리에 산야초를 담아 발효 숙성시키면 체내 효소와 유사한 발효액을 만들 수 있다.

필자는 10년 전부터 ‘우주 발효학’을 주창하시는 A 선생님의 지도 아래 ‘산야초 효소에 대한 효능, 비법을 공부하고 있다. 그는 “과학, 역사, 종교, 예술, 윤리는 홀로 아닌 호혜 관계, 범용법칙으로 성립됐다”며 “발효나 생명 모두 물리화학반응, 에너지반응, 의식반응을 통해 하나의 성(性)으로 드러난다”고 강조한다.

필자는 지난주 산과 들에서 곱게 자란 솔잎, 쑥, 엉겅퀴, 씀바귀, 민들레, 냉이, 익모초, 머위, 고들빼기 등 야생초를 거둬 ‘우주 발효’ 작업을 시작했다. 정성껏 채취한 산야초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린 뒤 설탕, 이온수, 10년 숙성 발효액과 함께 섞어 항아리 담갔다. 생애 처음 손수 캔 산야초를 발효해 보는 것이다. 통풍 잘되는 아파트 뒤쪽 베란다에 잘 모셔두었으니 3~5년 뒤 개봉할 생각이다.

몇 년 전부터 강화도에서 토종 종자를 보존하고 키우는 ‘강화약쑥보존회’ 일원으로 참여했으나 실제 활동을 못했다. 강화도는 토종 종자를 잘 지켜낼 수 있는 적지로 꼽힌다. ‘한반도 배꼽’으로 불릴 만큼 음양오행의 기운이 왕성하고 비옥한 풍토와 풍성한 일조량을 자랑한다.

보존회는 이런 고장에서 가지과, 겨자과, 국화과, 박과, 콩과, 화본과, 꽃씨 등 20개 종목별로 ‘강화 토종 씨앗’을 모아 종자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틈나는 대로 강화도 ‘오프라인 땅’을 찾아가 토종 종자가 튼실히 자랄 수 있도록 일손을 보탤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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