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시나 전 총리에 우호적 인도
방글라 정부 바뀌자 적대 행동
비자·수출 막고 언론 허위 선동
테스타강 둘러싼 물 갈등 심화
방글라데시-중국 관계 밀착에
인도, 군사적 긴장 고조시켜
양국 국민, 교류·평화 원해도
정치적 계산과 충돌로 치달아
2024년 8월 5일, 대규모 학생 및 국민 저항 끝에 셰이크 하시나 정부가 붕괴됐다. 이에 인도는 방글라데시의 불안정한 상황을 이유로 비자 신청 센터를 무기한 폐쇄했다.
장기간의 폐쇄 끝에 방글라데시 내 인도 비자 신청 센터가 제한적으로 재개됐으나 인도는 의료 목적 및 일부 긴급한 필요를 제외한 비자는 발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인도는 비자 절차를 정상화하지 않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인도 언론과 극단적 힌두교 단체들은 하시나 정부 실각 이후 방글라데시 힌두교 신자들과 사원에 대한 공격이 증가했다고 강력하게 선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과도정부는 자국의 종교 자유 상황에 대한 이런 정보는 전적으로 허위라고 반박했다. 방글라데시에 거주하는 힌두교 신자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종교 공존 측면에서 방글라데시의 입장은 정말 놀랍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힌두교도와 무슬림 모두가 타인을 종교가 아닌 ‘마음’으로 인정하는 문화가 있다. 따라서 인도의 이러한 음모는 방글라데시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작년 8월 BBC의 팩트체크 부서 ‘BBC 베리파이’와 ‘글로벌 허위정보 팀’은 SNS에 퍼진 충격적인 영상들을 조사한 결과 인도의 주장 대부분이 가짜 뉴스였음을 확인했다.
해당 선전 활동에 실패한 인도는 이후 방글라데시로의 상품 수출을 중단했다. 일부 품목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식품 수출이 멈추면서 양국 상인들과 일반 시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다만 실, 면화, 전기, 연료 등의 수출은 정상적으로 유지됐다.
이후에도 인도 언론 특히 서벵골 콜카타 중심 언론도 방글라데시를 향한 루머를 마구잡이로 퍼뜨리기 시작했다. 2024년 7월부터 12월 사이, 인도 언론은 총 72건의 루머를 유포했으며 이 활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팩트체크 단체 ‘루머 스캐너’는 인도 언론 및 SNS에서 유포된 방글라데시 관련 보도를 분석한 결과 최소 148건의 허위정보가 확인됐고 32개 주제를 다룬 137건의 보도가 72개 언론에 게재됐음을 밝혔다.
루머 스캐너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허위정보는 주로 인도에서 운영되는 X(구 트위터) 계정들을 통해 퍼졌으며 2023년 한 해 동안 최소 2억 5천만회 조회됐다.
이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종교 갈등 관련 허위정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무슬림에 대한 억압, 점유, 약탈, 성폭행, 살해 사건은 국제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방글라데시가 아닌 인도 내에서 훨씬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인도 외교, 국가 아닌 개인과 맺어
방글라데시 국민이 인도가 왜 이런 비우호적인 행동을 시작했는지 파악하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러나 대중은 곧 인도가 왜 친구에서 적으로 돌아섰는지 이해하게 됐다.
본질적으로 국가 간 외교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 간의 관계다. 그러나 양국 국민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의 외교가 방글라데시와의 관계라기보다는 당시 총리였던 하시나 개인과의 관계였음을 목격했다. 셰이크 하시나는 정부 붕괴 이후 인도로 도피해 현재까지 그곳에 머물고 있다.
언론 테러를 넘어 인도는 자연재해조차 방글라데시에 대한 분노의 도구로 삼았다.
작년 8월 말, 인도 트리푸라주에 홍수가 발생하자 인도는 덤부르 수력발전소의 수문을 개방했다. 그 결과 방글라데시 페니, 노아칼리, 쿠밀라 등 13개 구역에 큰 홍수가 발생했다. 당시 방글라데시에 자연적인 홍수 요인은 없었기에 이는 ‘인도발 인재’로 간주된다. 이 홍수로 약 450만명이 피해를 입고 1442억 타카의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
홍수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인도의 테스타강 댐 건설 문제가 방글라데시에서 다시 부각됐다.
방글라데시는 테스타강 물의 공정한 분배를 요구하고 있으나 인도는 이를 무시하고 국제수자원법도 따르지 않고 있다. 1998년 인도는 방글라데시 국경에서 60㎞ 상류 지점인 가졸도바에 댐을 건설했으며 당시에는 방글라데시에 피해가 없을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건기에는 물을 막고 우기에는 방류하는 방식으로 인해 방글라데시는 사막화와 홍수를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총 57개의 국경을 넘는 강이 있으며 이 중 54개가 인도와 공유된다. 그러나 인도는 이 중 36개 하천에 54개의 댐 또는 수문을 설치했다. 이로 인해 강의 나라로 불리던 방글라데시는 점차 사막화로 내몰리고 있다. 인도는 이를 자신들의 필요라 주장하며 국제 수자원법을 따르지 않고 있다.
이처럼 패권적 태도를 보이는 인도에 대해 방글라데시 국민들의 실망감은 커지고 있다. 이 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계가 농업과 어업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강에 물이 없으면 경작이나 양어, 자연 수역에서의 수확도 불가능하다.

◆양국 정상회담 성과 없어
한편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수석고문 무함마드 유누스의 최근 중국 방문에 대해 인도는 질투심을 보이며 실리구리 회랑(‘치킨 넥’이라 불리는 전략적 통로)에 군사적 요충지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는 이 지역에 최신 무기 체계를 배치했으며 여기에는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러시아제 MiG-29, 지대공 미사일, 룸 미사일-400, 브라모스 미사일 등이 포함된다.
동북인도는 아루나찰 프라데시, 아삼, 트리푸라, 나가랜드, 마니푸르, 미조람, 메갈라야, 시킴 8개 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처음 7개는 ‘세븐 시스터즈’, 시킴은 ‘형제 주’로 불린다.
유누스 수석고문은 방중 당시 “세븐 시스터즈는 내륙에 갇힌 지역으로 바다에 접근할 수 없다. 방글라데시는 이 지역의 유일한 해상 관문”이라며 “이는 무역의 엄청난 가능성을 의미한다. 제조, 생산, 마케팅, 수송을 통해 중국 경제의 확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인도 정치권과 언론의 격한 반발을 불렀고 인도는 ‘치킨 넥’ 지역의 군사력을 추가 강화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이후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벵골만기술경제협력체(BIMSTEC) 정상회의에서 유누스 수석고문과 모디 총리가 양자 회담을 가졌다. 서벵골과 방글라데시의 일반 국민 및 기업인들은 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기대했다.
당시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유누스 수석고문의 대변인 샤피쿨 알람은 “인도와의 상호 관심사, 하시나 전 총리의 송환, 국경 살인 중단, 갠지스 수자원 협정 갱신, 테스타 협정 등이 논의됐으며 양국 정상 간 논의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중 ‘하시나 송환’ 문제는 모디 총리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양국 국민이 기대했던 해빙 분위기는 다시 긴장 국면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그 직후인 지난 8일, 인도는 네팔과 부탄에 대한 방글라데시의 환적(transshipment) 권한을 철회했다. 이 조치는 2020년 6월 인도 정부가 방글라데시에 부여했던 것이며 방글라데시는 인도 항만과 공항을 통해 제3국 수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도는 항만 혼잡 완화와 자국 수출 가속화를 이유로 이 권한을 철회했으며 이는 정치적 의도가 아닌 자국의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 주장했다.
분석가들은 이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인도의 물류 문제를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외교적, 지역적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방글라데시와의 관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인도에게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印외교 “인도, 방글라 번영 원해”
그럼에도 지난 10일 인도 외교장관 S. 자이샨카르는 “인도보다 방글라데시의 번영을 더 원하는 나라는 없다”며 “그것은 우리의 DNA에 있다. 우리는 친구로서 방글라데시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올바른 일을 하기를 바란다. 역사적인 이유로 인해 방글라데시와의 관계는 특별하다. 진정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거 인도가 방글라데시를 어떻게 배신했는지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용 석탄을 수입했지만 흙을 보낸 일이 반복됐고 당시 아와미리그 정부는 우정을 이유로 침묵했다. 그러나 현 수석고문은 그 흙을 반송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경고했다.
이처럼 무역, 치료, 이동의 길을 막은 인도는 자이샨카르 장관의 말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 이제 자이샨카르 장관 스스로 그 진정성을 증명해야 할 때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외교관의 말만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는 없다. 행동과 계획, 실천이 필요하다. 방글라데시 국민은 우정을 알고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 그러나 반복된 배신 앞에 언제까지 가슴을 내줄 수는 없다. 당연히 존중과 권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양국의 일반 국민은 충돌을 원치 않는다. 이 같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정치인들은 권력 과시보다 인도주의적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 시작도 끝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